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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영화적 상상들은 뻔해 보인다. 자주 다뤘던 소재라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영화 '아빠는 딸'도 그래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윤제문과 정소민은 그 우려를 떨쳐버린다. 귀엽고(?) 농익은(?) 윤제문의 연기와 중년 아빠의 걸쭉함을 온몸으로 표현한 정소민 덕이다.
아빠와 딸이 교통사고로 몸이 바뀌고 서로의 '다른' 삶을 살아야만 하는 며칠. "이건 아니잖아"를 외치지만 나름 적응한다.
딸은 아빠 회사에서 일하며 고등학생 감성을 살려 주목을 받는다. 딸도 학교에서 정체가 탄로 나지 않을까 조심조심 행동한다. 당연히 쉬울 리 없다. 난관의 연속이다. 이들은 어떻게 될까.
서로의 몸이 바뀌기 전 아빠는 딸에게 "먹여주고 재워주고 다 해준다. 공부만 하면 된다는 데 왜 그걸 못하냐"고 타박하고, 딸은 아빠와 말조차 섞기 싫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역지사지, 서로의 입장이 되어야만 상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법.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며칠동안 관객은 두 사람과 동행하며 수차례 미소 지을 수 있다.
딸의 부탁을 받은 아빠가 딸의 짝사랑 오빠와 데이트를 해야 하거나 전교 1등 포스 가득한 친구에게 같이 공부하자고 하는 등의 에피소드는 관객을 폭소하게 만든다. 즐겁고 유쾌하며 예상하지 못한 에피소드들의 반전 결과가 뻔하지 않아 영화의 전개를 계속 기대하게 한다.
치고 빠지는 유머는 대부분 제대로 먹힌다. 안 웃게 다짐해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카메오로 등장하는 박명수와 박혁권 등의 쓰임도 '이런 게 바로 카메오의 정석'이라고 할 수준이다. 아빠의 회사 동료로 나오는 이미도와 강기영, 학교 친구들로 나오는 허가윤과 도희 등도 큰 비중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적절하게 영화의 맛을 살린다.
노래방에서 씨스타의 '나혼자'를 선곡, 완벽하게 소화하는 '여고생' 윤제문의 경이로운 모습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손끝과 발끝이 살아있다. 씨스타가 울고 갈 정도다. 이 외에도 김광석의 '기다려줘', 강산에의 '삐딱하게' 등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후반부 다시 영혼이 바뀌는 상황 설정은 기껏 판타지에 몰입한 관객을 정신 차리게(?) 하는 흠이 있다. 에필로그 부분은 사족이라고 느낄 이도 있겠지만 부녀 관계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에 나쁘지 않은 설정이라고 여겨진다.
김형협 감독은 "관객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온 가족이 보면 좋을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아빠와 딸의 마음을 어떻게 진솔하게 표
펑펑 눈물을 쏟지는 않더라도 코끝 시린 감성을 전한다. 일본 인기 소설 이가라시 다카히사 작가의 '아빠와 딸의 7일간'이 원작이다. 115분. 12세 이상 관람가. 12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