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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가지가 썩으면 잘라내면 되지만, 뿌리가 죽으면 살릴 길이 없다. 수많은 단점들 가운데서도 결정적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호불호는 갈릴 지라도 하나의 ‘개성’이 될 수 있지만, 다양한 장점들 가운데서도 핵심이 망가져버리면 전체가 무너져버린다.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하우스의 폐쇄적인 공간도, 미스터리의 장점도 스릴러의 강점도 모두 살리지 못한 딱 ‘시간의 위의 집’ 같은 경우다.
화제작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컴백한 김윤진과 처음 스크린에 도전하는 택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시간위의 집’이 2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 속 주요 무대가 되는 ‘집’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뒤섞이는 시간이 존재하는 판타지의 공간이다.
살해된 남편과 실종된 아이. 용의자로 지목된 평범한 가정주부 미희는 이 미스터리한 집에서 벌어진 기이한 현상을 증명할 수 없어 결국 사건의 범인으로 감옥에 수감된다. 미희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진짜 범인은 자신이 아닌 ‘그들’이라고 말하지만 믿어주는 이는 없었다. 결국 미희는 백발의 노인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오고, 본격적인 진실은 그 때부터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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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욕심이었다. 어느 요소 하나 감독의 의도대로 이뤄진 건 없었다. 대부분의 주요 장치들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해 결과 적으로 스릴러가 아닌 웃픈 코미디로 완성됐다. 통상적인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스릴러 장르의 신세계를 완성한 듯하다.
영화는 스릴러임에도 불구, 작품 초반 10여분과 중간 중간에 찾아오는 찰나의 공포를 제외하고는 전혀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고려할 때, 폐쇄된 공간에서는 극한의 공포감을, 야심찬 반전을 통해서는 미스터리의 극대화를, 다양한 인물들은 저 마다 다채로운 색깔의 자극을 줘야 했지만 하나 같이 그러질 못했다. 명품 카메오들의 대거 출연에도 불구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고 작품의 묘미라기 보단 오히려 흐름을 깨트린다. 독특한 설정의 매력은 헐렁한 스토리, 평면적인 캐릭터, 개연성 없는 전개 등으로 인해 완전히 힘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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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근래 보기 드문 망작으로 완성됐다. 오는 4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