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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보이스'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목소리로 시작된 희대의 살인극은 김재욱이라는 '괴물'을 남기고 마무리됐다.
극 중반까지도 베일에 싸여있던 사이코패스 살인마 모태구 역을 맡은 김재욱은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이후엔 '보이스'를 주도했다. 그를 쫓던 무진혁(장혁 분), 강권주(이하나 분)를 농락한 것은 물론, 정체가 드러나고 심지어 살인을 저질러 온 별장 은신처가 발각된 이후에도 천진하게 신나하는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제대로 '미친' 캐릭터를 '미친' 연기력으로 소화해냈다. 12일 방송분에서 모태구는 무진혁과 대치하다 경찰에 순순히 투항할 때도 상대를 도발하기 위해 만면엔 미소가 가득했고, 병원에서 탈출해 밀항하려던 바닷가에선 자신을 돕던 비서까지 쇠뭉치로 내리치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희대의 사이코패스인 그를 도발한 건 강권주였다. 강권주는 TV 인터뷰를 통해 모태구를 '라운드'로 나오게 유인했고, 모태구로부터 살해 당하기 직전 이미 동선을 짜놓고 있던 무진혁이 쏜 총에 맞아 쓰러졌다. 상황이 180도 역전된 가운데, 김재욱은 자의 겸 타의로 악마의 길을 택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됐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던 병동에서 또 다른 사이코패스에게 살해당하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모태구의 상상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든 그의 생애 마지막 장면은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역대급 잔인함으로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보이스'를 첫 회부터 단단하게 이끌어 온 이들은 장혁과 이하나를 비롯한 112신고센터 식구들이었지만 그 목소리의 진짜 주인공, 김재욱의 활약엔 단연 엄지를 치켜세울 만 하다. 무엇보다 그는 기존 사이코패스 악역과 결이 다른 연기로 악역의 기준을 새롭게 세웠다는 평을 받았다.
다수의 드라마나 영화 속 살인마들이 비정상적 성장 과정을 겪고 이로 인해 비뚤어지는 것처럼 모태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모태구는 그 '발현' 측면에선 남달랐다.
감정의 극단적인 기복이 아닌, 감정을 배제한 듯 태연하고 천진한 일관성으로 무장한 살인마는 이질적인 공포감으로 다가왔다. 어린시절 겪은 정서적 결핍과 그로 인해 인간적인 감정이 전혀 발달하지 못한 채 정서적으로 단절된 삶을 살아온 모태구는 어떤 의미에선 '천진함'의 결정체였던 것.
특히 강권주가 자신이 살해한 피해자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된 직후, 이 흥미로운 발견(?)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킥킥커리던 장면은 김재욱이 완성한 모태구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이밖에도 피로 목욕하는 등의 캐릭터의 엽기적인 면모 역시 김재욱이었기에 120% 발현됐다는 평이다. 오랜 연기 경력으로 단단히 자기만의 길을 쌓아온 김재욱이지만 다수 시청자들에겐 10년 만에 '커피프린스 1호점'(2017) 이후 최고의 반전
'보이스'를 통해 김재욱에 본격 '입덕'한 시청자들은 그의 연기와 필모그래피를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으니, 단언컨대 김재욱은 '보이스' 최대 수혜자임이 틀림 없고, '재발견'이라는 표현에 제대로 걸맞는 활약으로 기분 좋은 마침표를 찍었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