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아이돌로 거듭난 방탄소년단의 현 주소는 실로 경이롭다. 이들에 앞서 다수의 선배 가수들이 세계 음악시장에 K팝의 우수성을 알려놓은 덕분에 가능한 일이겠으나, 데뷔한 지 이제 갓 4년 된 방탄소년단의 가파른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음원, 음반으로 써내려가고 있는 성적표도 대단하지만 이들의 콘서트 성장사는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다. 2014년 10월 악스홀에서 신인다운(?) 2천석 규모로 시작된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불과 다섯 달 만인 2015년 3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로 몸집을 불렸고, 1년 여 만인 지난해 5월 1만여 석의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꽉 채우더니 8개월 만에 고척스카이돔에 당당하게 입성, 이틀간 4만 4천여 명의 관객을 홀렸다. 가히 급성장하는 아이돌의 표본이라 할 만 하다.
비단 공연의 ‘덩치’만 키운 게 아니었다. 지난 18, 19일 이틀간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BTS LIVE TRILOGY EPISODE III THE WINGS TOUR’ 포문을 연 이들은 두 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쉼 없이 폭발하는 열정과 다양한 레퍼토리로 충실하게 채워내며 ‘공연형 아이돌’로의 진화를 입증했다.
‘Am I Wrong’, ‘뱁새’, ‘쩔어’로 이어진 뜨거운 열기는 곧 이어진 멤버들의 개별 혹은 유닛 무대로 잠시 소강됐다. 지난 ‘윙스’ 앨범을 통해 각자의 솔로곡을 모두 수록했던 바, 방탄소년단은 멤버 각자의 무대를 통해 보다 풍성한 레퍼토리를 완성했다.
정국의 ‘Begin’으로 시작된 솔로 지민의 ‘Lie’, 슈가의 ‘First Love’까지 3색 버전으로 이어졌다. 완전체 무대에서 볼 수 없던 멤버들의 개성이 오롯이 묻어난 가운데 진, 지민, 뷔, 정국이 함께 한 ‘Lost’ 무대가 이어졌다.
랩몬스터의 ‘Reflection’, 뷔의 ‘Stigma’에 이어진 제이홉의 ‘MAMA’ 무대에는 멤버들의 어린 시절 사진은 물론, 연습생 시절 및 대기실 영상 대량 방출돼 보는 재미를 더했다. 멤버들의 솔로 무대는 진의 ‘Awake’로 마무리됐다.
7인 7색 화력을 정돈한 이들은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다.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써내려간 히트곡 무대는 최근작 ‘불타오르네’와 ‘피 땀 눈물’에서 정점을 찍었다. ‘엔오(N.O.)’-‘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데인저(Danger)’-‘런(RUN)’으로 이어진 힙합색 강한 타이틀곡 메들리는 2만 관객을 하나로 만들었다.
앵콜곡으로 선보인 새 앨범 타이틀곡 ‘봄날’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안무로 채우며 변화무쌍함을 과시했다. 모든 공연이 끝난 뒤엔 열기구 모양의 이동 무대를 타고 돔을 돌며 4층까지 꽉 메운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2014년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 II. THE RED BULLET(FISRT HALF)로 단독 콘서트의 포문을 연 이들은 2015년 3월 에피소드 I. BTS BEGINS을 통해 비로소 방탄소년단의 ‘진짜’ 시작을 알렸고, 이후 에피소드 II. THE RED BULLET(SECOND HALF)는 말레이시아, 호주, 미국, 멕시코, 브라질, 칠레, 태국, 홍콩으로 이어지며 지구촌을 아우르는 공연으로 이어졌다. 이제 그들이 써내려간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가 마무리되는 첫 발을 뗀 셈이다.
이번 월드투어 역시 사실상 지구촌을 순회하는 동선으로 이어진다. 3월 칠레 산티아고를 비롯해 브라질 상파울루, 미국 뉴욕, 시카도, 애너하임, 태국 방콕,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필리핀 마닐라, 홍콩, 호주 시드니 등 9개국 11개 도시에서 19회에 걸쳐 공연이 펼쳐진다.
“2014년 악스홀에서 시작해 오늘 고척스카이돔까지 오게 됐다”며 감격을 전한 방탄소년단. “2014년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끝이 날지 우리도 궁금하다”는 이들이, 세계에 방탄표 K팝의 즐거움을 전파하고 돌아올 이들이 두려운 건, 이후 보여줄 또 한 번의 성장이 그만큼 기대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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