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는 게 세상사다. 기적 같은 일 덕분에 세상은 살 만하지 않을까. 특히 가족과 연결된 것이라면 더 많은 이런 기적이 있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어렸을 때 형을 잃어버린 뒤 호주로 입양됐다가 기억을 더듬어 다시 가족을 찾은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라이언'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인도에서 7600km나 떨어진 호주에서 다시 인도로 돌아온 주인공의 여정만큼, 감동의 크기도 어마어마하다. 마지막에 폭발하는 울림이 눈시울을 적신다.
5살 사루(써니 파와르)는 가족의 끼니를 위해 형과 함께 이런저런 일을 한다. 형과 또 다른 일을 하러 떠난 사루는 기차에서 잠이 들고 형을 잃어버린다. 기차를 타고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은 낯설기만 하다. 말도 안 통한다.
5살짜리 꼬마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부랑자처럼 생활하다가 인신매매범도 만나고 목숨을 위협받기도 한다. 그러다가 호주인 부부(니콜 키드먼, 데이비드 웬햄) 덕에 새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흐른 20년. 삶에 크고 작은 파고가 있었겠지만 영화는 그 20년을 모두 담진 않았다. 대학원에 진학한 뒤 인도 출신 동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뿌리에 대해 고민하는 사루로 2부를 연다.
구글 어스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고 이 업체가 제공하는 지구 전역의 위성사진을 통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맞춰 나가는 사루. 하지만 현실의 삶과 과거의 기억이 사루를 뒤흔들며 다른 차원의 고통이 찾아온다.
4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꼬마 써니 파와르의 연기가 특히 인상 깊다. 아무것도 몰랐고 할 수 없던 작은 소년이 버텨야 했던 고행이 간접적이지만 온전히 전해지는 듯해 마음이 아프다. 천진한 눈망울을 보고 있자니 더욱더 만감이 교차한다.
새로운 삶을 찾았지만 새로운 환경 속에서, 또 다른 입양인 형과 계속되는 마찰과 삶은 적당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혼란스러웠을 텐데 번듯하게 자란 사루가 기특하다. 고리타분할 수도 있겠으나 정신만 바짝 차리면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떠오른다.
한 해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의 아이들이 실종된다고 한다. "그들에게 미약하나마 희망이 되고 싶다"는 제작진의 바람이 온전히 전해진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은 실화이기에 감동이
영화 제목이 '라이언'인 이유는 결말에 있다. 한국어로 '사자', 밀림 같았던 삶에서 살아남은 이유도 있지 않을까. 그는 엄청난 고행을 결국 이겨냈다. 뭉클하다.
2월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이다. 118분. 12세 이상 관람가.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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