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른 길이 있다’ 감독, 5년 만에 복귀…촬영 논란으로 고역
"누구도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울먹
"최소한의 위안이라도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영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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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고생한다. 쉽게, 허투루 만드는 영화는 거의 없다. 동반자살 시도라는 소재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 ’다른 길이 있다’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이 영화의 개봉 날 만난 조창호 감독은 의기소침해 있었다. 전날 주연배우 서예지의 ’연탄가스 흡입’ 관련한 인터뷰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영화의 총책임자인 내 잘못이고 욕먹을 건 나"라면서도 관련한 이야기를 언급하는 걸 조심스러워했다. 자신이 다치는 건 괜찮은데 배우들과 스태프가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자기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서예지의 인터뷰에 대해 첨언하는 것도, 해명이라는 말로 언급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저 미안할 뿐이다. "무슨 말을 해도 해명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저 "잘못됐다는 걸 알기에 감독이 다 책임지고 견뎌야 하는 것"이라고 잘못을 인정하고 죄송스러워했다.
이 영화를 촬영하며 서예지가 위험을 감수한 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우들이 제작진에 의해 억지로 휘둘린 건 아니다. 사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장면 하나하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논란 이후 배우들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억지로 시킨 연기였다면 배우들이 영화가 끝났는데도 부러 시간을 내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게 분명하다. 서예지는 김재욱과 함께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었으나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픔을 공유할 수 있도록 촬영했다. 강요된 상황은 아니었다. 인터뷰 당시에는 자각하지 못했고 의도하지 않은 논란이 발생해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다. 특히 작품이 폄훼되고 감독님이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두 배우는 촬영이 끝난 뒤에도 조 감독이 사는 춘천으로 놀러 가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등 ’하나의 팀’을 유지했다. 영화에 참여한 걸 행복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우들이 제작진에게 의지와는 상관없이 휘둘리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 감독은 배우를 아끼는 마음이 남다르다. 조 감독의 전작 ’폭풍전야’의 주인공 김남길이 자진해서 ’다른 길이 있다’ GV 사회자로 나설 수 있는 이유다. 그렇기에 일련의 논란으로 배우를 아끼지 않은 것처럼 되어 버린 상황이 괴롭기만 하다. 하지만 관련한 문제를 표현하기 조심스럽다는 걸 몇 차례나 언급하며, "생각을 좀 더 정리해 자세하고 정확하게 밝히고 싶다"고 양해를 구했다.
조창호 감독은 "’캐스팅했다’는 표현도 쓰지 않는다"고 했다. "하나의 시나리오를 놓고 배우와 감독이 만난다는 것은 운명"이라는 지론이 있기 때문. "배우가 우리 영화를 선택해서 참여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진정한 아티스트는 배우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그렇다면 더 억울할 것 같기에 해명을 하라고 해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몇 차례 울먹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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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시작할 때 명제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위안을 줬으면 좋겠다는 각오였거든요. TV에서 춘천에서 동반자살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 작은 도시에서 그들이 나와 스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들에게 아무런 위안도 되지 못한다는 자괴감, 자책감에 우울하기도 했고요. 사람들은 누군가와 스칠 때 대부분이 긴장하고 거리를 유지하잖아요? 아픔을 극복 못한 그들에게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데 위안은커녕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극 중 정원(서예지)은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며 전신 마비 어머니를 돌보는 인물이다. 녹록하지 않은 삶이지만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자신을 괴롭히는 아버지다. 아버지는 밤마다 그녀의 침대로 들어온다. 수완(김재욱)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 간신히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우여곡절 끝에 경찰이 된 그이지만 과거의 일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 음주 운전자를 적발했는데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며 용서를 구하는 그를 그냥 보내줬다가 사고가 나고 감찰을 받는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동반자살을 결심하고 춘천으로 떠난 두 사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둘은 각자의 아픔을 발견하고 잠시나마 함께한다. 그 잠시가 서로를 보듬을 수 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비극과 희극이 공존하는 삶이 예술적으로 표현돼 있다.
한편 조창호 감독은 20일 영화사 측을 통해 "영화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을 지는 감독으로서 이러한 문제가 야기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스태프들과 촬영 방법을 논의, 배우의 의견을 묻고 동의를 얻었으며 예상 쇼트의 길이 등을 설명 후 촬영을 했다. 연기는 대부분 다른 물질의 도움을 받았고, 실제 영화에서 보이는 붉은빛 또한 CG의 도움을 받았다"고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배우의 동의와 무관하게 진행하지 말았어야 했음을 크게 반성하고 다시 한번 서예지 배우에게 공식적인 입장문을 통해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불쾌함을 겪은 많은 이들에게도 깊이 사과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길이 있다’ 영화사 측도 "조창호 감독과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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