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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풍기는 분위기만으로도 슬프고 무겁다. 그들의 삶을 아는 순간, 더 깊은 심연의 바다로 빠져들 것만 같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흔하지 않은 듯 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에 더 가슴 아프다. 영화 '다른 길이 있다'(감독 조창호)다.
정원(서예지)은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며 전신 마비 어머니를 돌본다. 녹록하지 않은 삶이지만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자신을 괴롭히는 아버지다. 아버지는 밤마다 그녀의 침대로 들어온다. 그런데 뿌리치지 못한다.
수완(김재욱)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 간신히 삶을 살아가는 인물. 우여곡절 끝에 경찰이 된 그이지만 과거의 일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전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 음주 운전자를 적발했는데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며 용서를 구하는 그를 그냥 보내줬다가 사고가 났고, 수완은 감찰을 받게 된다.
'죽고 싶다.' 이들의 마음속에 계속해서 담긴 말이다. 채팅창에서 만나 동반자살을 하려 한 남녀. 실행 계획을 세우고, 도전한다. 도전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되지만, 이들의 도전이 두 사람의 죽음보다는 삶에 더 연결되는 듯하다.
감정의 기복 없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두 사람이 한없이 무기력해 보인다. 배우 김재욱과 서예
'다행히'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발견하고 잠시나마 함께한다. 그 잠시가 서로를 보듬을 수 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삶은 비극과 희극의 공존이다. 죽으려는 용기로 왜 못 살까. 90분. 15세 이상 관람가. 19일 개봉.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