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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그룹 에이프릴과 우주소녀가 세 번째 미니앨범을 지난 4일 발표했다. 두 팀은 같은 여성 그룹이자 데뷔한 지 1년 내외가 됐다. 이들은 구성원의 변화를 겪고 이제 막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엠넷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던 연습생인 유연정, 윤채경은 각각 우주소녀와 에이프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전파를 탄 '프로듀스 101'은 시작 전부터 떠들썩하더니 100여 명에 이르는 소녀들을 등급에 따라 줄 세워 놓고 무대에 올려 논란이 됐다. 치열한 경쟁만큼이나 냉혹한 아이돌 연습생의 현실 혹은 민낯이 드러났다. 소녀들은 등급과 최종 11인을 위해 내달렸고, 이 과정은 제작진의 편집을 거쳐 시청자에게 전달됐다. 거셌던 비난은 회차마다 연습생들의 갈등과 성장이 이어지면서 관심으로 치환됐다.
'프로듀스 101'이라는 '서바이벌 오디션'은 곧 리얼리티쇼의 성공 공식을 따랐다. 카메라는 소녀들의 일상을 포착하는 다큐멘터리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관계와 현상을 예능으로 풀어갔다. 이제는 식상해진 '일반인 참가 오디션'에서 '일반인' 자리에 '연습생'을 채웠다. 이들의 절박한 꿈은 화면을 넘어 보는 이들에게 또렷이 전달됐다.
데뷔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눈에 띄는' 연습생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다. 방송이 거듭될수록 의미가 희미했던 '연습생' 대신 '이름'이 부각됐다. 참가자에게 화면으로 보이는 특징이 싹 텄고, 시청자에게는 연습생을 향한 호불호가 강해졌다. 국민 투표 방식은 이러한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하면서 수치로 나타냈다. 실력을 만들 순간들은 연습생으로도 있었으나 리얼리티쇼에서 '연예인'으로 숨이 불어넣어진 것이다.
11주 방송 후 결성된 아이오아이는 단숨에 화제가 됐다. 리얼리티쇼에 잘 버무려진 11인은 한 팀으로 태어나기 전부터 이야기를 지니고 있었다. 각자의 노력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리얼리티쇼가 구현한 '아이오아이'가 밑거름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소속사가 달라 제한적인 여건에서 활동한 끝에 유연정은 우주소녀로 자리를 옮겨 활동했다. 그의 가창력에서 발아된 이야기 씨앗은 우주소녀에게 든든한 힘이 됐다. 아이오아이 최종 멤버가 되지 못했지만, 프로젝트 그룹 C.I.V.A, I.B.I에서 틈틈이 얼굴을 알린 윤채경은 에이프릴 멤버가 됐다. 팀의 다양한 매력과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유연정 윤채경이 합류했다는 그 자체가 각 팀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역할을 하는 건 팀에 활기를 준다. 다른 신인 아이돌그룹이 갖지 못한 일정 수준의 팬과 그들만의 색깔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얼굴을 알려야 하는 대부분 신인 아이돌그룹과 소속사는 상황에 따라 불합리할 수 있는 조건을 뒤로 미루더라도 방송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편집권은 온전히 제작진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연습생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에는 '리얼리티쇼'라는 틀은 변수가 많다. 그러나 몇몇 대형기획사를 제외한 아이돌그룹에는 매혹적인 홍보 방법이다.
관심이 높아진 아이돌그룹은 기회가 됐던 이 도구가 독이 될 수도 있다. 팬들이 늘어난 것에 비례해 작은 실수에도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콘셉트를 먹고 사는 아이돌그룹에 치명적인 흠결이 되고, 안티팬의 영향이 더해져 부정적인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이들의 이름을 따라다닌다.
아이돌그룹과 리얼리티쇼는 떼어낼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아이돌그룹을 정상으로 올려놔야 하는 기획사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예측할 수 없는 위험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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