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첫 만남인데도 낯설지 않다. 친숙한 듯 새롭고 중독성도 강하다.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다보면 어느새 연말 기분에 흠뻑 취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매료된다.
지난달 19일 개막한 뮤지컬 '오! 캐롤'이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순항 중이다. 스몰 라이선스 형식으로 음악 외 대부분이 재창작된 이 작품은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히트팝으로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는 초연이지만 미국에선 이미 장기간 공연된 손문난 웰메이드 작품. 1960년대 미국 휴양지 파라다이스 리조트를 배경으로 6인의 꿈과 사랑, 우정을 담으며 웃음과 감동 뿐 아니라, 시국 풍자도 재치 있게 녹였다.
여기에 결혼식 당일 바람 맞은 신부 마지와 그녀의 엉뚱한 절친 로이스는 남다른 4차원 우정으로 코믹과 뭉클함을 동시에 책임진다. 리조트의 간판 가수이자 슈퍼스타를 꿈꾸는 바람둥이 델은 꿈과 사랑의 성장을 동시에 보여주는 재간둥이 캐릭터.
이 대중적인 스토리는 객석을 향해 쇼를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 덕분에 시시하지 않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쇼의 진행을 맡은 에스더와 허비는 노련하게 관객 참여를 유도하며 열기를 달구고, 어느새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하나가 된다.
웅장한 음악과 신나는 퍼포먼스, 화려한 의상과 틈틈이 터져 나오는 재치 만점 멘트는 한 편의 디너쇼를 보는 듯하다. 마치 고급 휴양지에 피서를 온듯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랄까.
친숙한 노래와 독특한 형식, 가슴 따뜻한 스토리에 시국을 풍자한 시원한 사이다 발언까지. 150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는, 반가운 힐링 로맨틱 코미디다.
‘오! 캐롤’은 내년 2월 5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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