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태현 김유정 서현진 팬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감독 주지홍)의 주인공은 이들이 아닌 것 같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에피소드처럼 각각 등장하는 이들이 더 관객의 시선을 끌 만하다. 메인 포스터 앞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들이 희생해 다른 배우들을 살린 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작곡가 이형(차태현)이 사랑에 서툰 사람들의 몸을 끊임없이 갈아타며 사랑을 연결해주는 메신저가 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차태현과 서현진, 김유정은 곁가지로 보인다. 물론 큰 그림은 교통사고를 당한 이형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이려는 징검다리 형식이지만, 부가적인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차태현과 서현진의 사랑이 중요해 보이지 않는 게 이 영화의 치명적 단점이다. '사랑의 메신저' 차태현과 김유정 콤비 역시 20살이 넘는 나이 차를 극복하고 친구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 이야기를 따라가게 하긴 하지만 관객을 압도하는 힘은 없다. 각 에피소드를 강조하려는 감독의 노림수라면 칭찬할 만하다.
프러포즈하러 길을 나서던 날, 반지를 깜빡하고 잊은 유명 작곡가 이형(차태현)은 급하게 차를 돌리다 사고가 난다. 간신히 깨어났는데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이형이 여고 전교 1등 이말희(김윤혜)의 몸으로 깨어난 것. 임신한 고등학생 몸으로 들어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전체 영화 흐름으로 보면 미약하나 나쁘지도 않다. 어색하고 미숙하나 고등학생들의 사랑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나름대로 의미 깊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배우 김윤혜의 걸음걸이와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가 남자처럼 리얼한 것도 흥미롭다.
이형이 두 번째로 찾는 몸(?)은 이혼 위기에 처한 박 형사(성동일)다. 일에 쫓겨 가정에 소홀했던 남자를 통해 영화가 전체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꼭 형사가 아니어도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한 이들에게 깨달음을 주기에 좋다. 특히 말도 하기 싫어 카톡으로 대화를 대신하는 등 현실감이 제대로 반영된 설정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웃음과 감동 지수가 서서히 높아지는 지점이다.
세 번째 '빙의'가 핵심 웃음 포인트다. 노총각 식탐 대마왕 선생님 여돈의 몸이 되는 차태현도 웃기지만, 배성우가 정말 정말 리얼하게 관객의 배꼽을 빠뜨린다. 배성우의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가 웃음 유발 그 자체다. 그간 많은 영화에서 배성우라는 배우의 얼굴을 봐왔다고 생각했어도 이번에도 정말 다른 모습이다. 네 번째 에피소드인 갑순(선우용녀)의 사랑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갑순과 함께 있는 할아버지(박근형)의 사연은 노림수가 뻔한 데도 감동적이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설정은 특기할 만하다. 이 영화를 소개하는 장르 역시 힐링코미디이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