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한국영화 소재, 운이 좋거나 나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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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침통하다.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날 때까지 더 시끄러울 게 분명하다.
영화계도 혼란스럽고, 침통한 분위기다. 영진위가 최근 발표한 11월 전체 관객 수는 1268만명, 전체 매출액은 1039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관객 수와 매출액은 각각 17.0%, 13.0% 감소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시국이 어수선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시국에 무슨 영화냐"는 얘기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 같고 재미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로나마 마음을 안정시키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현실을 은유한 영화들이 많기에 영화 볼 맛이 난다"고도 한다. '내부자들'을 통해 현실의 아이러니와 괴팍함을 느낀 관객은 다시 권력자들이 추락하거나 윗사람이 뭔가를 깨닫고 실행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을 표출한다.
최근 개봉한 '판도라'가 좋은 예다. 세월호 참사 때 알게 된 정부의 무능력함, 또 올해 경주에서 잇단 지진이 발생했으나 역시나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오버랩되는 작품이었다. 원전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는 신파에 호불호가 갈리긴 하나, 컨트롤타워가 무너진 대한민국에서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무섭게 다가왔다. 절망과 동시에 통치권자의 반성을 요구하는 댓글들이 꽤 많다.
21일 개봉하는 '마스터'는 희대의 사기꾼이 권력과 결탁해 사람들의 돈을 탈탈 털려 하고, 이를 막는 수사팀의 대결을 그렸다. 권력자가 목소리로 등장하지만 통쾌한 느낌은 없고, 내용도 가볍다. 말 그대로 범죄오락액션에 머문다. 이 영화의 주인공 이병헌이 나왔던 전작 '내부자들' 같은 시원한 맛은 없다. 다만 후반부 김재명 팀장(강동원)의 결정이 비현실적이긴 하나 누군가에게는 희망 가득하게, 짜릿한 희열로 다가올 수도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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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영화 '더 킹'도 현실 비판적인 영화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영화는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검찰 권력은 '살아있는 실세'라고 할 수 있기에 그들의 비리에 초점을 맞췄다. 감독의 상상력이 가미됐으나 현 시국과 맞닿은 면이 많은 듯하다. 김기춘 천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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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건 자유다. 그들을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