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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편의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담은 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영화 '더 킹'이다.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다.
정치 권력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단면을 여과없이 전할 예정이다. 권력의 추를 움직이는 핵심인물들의 뒷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냈을지 기대감을 높인다.
한재림 감독은 15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더 킹' 제작발표회에서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둡고 고통스럽게가 아니라 제대로 놀아보자는 생각이었다"며 "그렇게 되면 관객이 오히려 부조리를 더 느낄 수 있고 한 번쯤 반성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고 강조했다.
'더 킹'은 현 시국과 맞닿은 지점이 있다. 정우성은 "촬영을 마쳤을 때 시국이 이러지는 않았다"며 "시나리오에 권력을 휘두르는 풍자와 해학이 있어 용기있는 시도라고 생각했다. 용기있는 작업을 선택한 한 감독과 배우들에게 큰 애정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강식을 연기했지만 그가 우습고 하찮게 보이게 하고 싶었다. 내러티브상 처음 등장할 때 권력 안에 있는, 법을 움직이는 사람으로서 카리스마 있게 등장하는데 뒤에 숨어서 하는 비도덕적, 비정상적 행위를 하고 권력을 움직이는 이 사람을 처절하게 무너뜨리고 싶었다"며 "내가 만드는 한강식이지만 멋지게, 좋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영화 '쌍화점'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조인성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왔다"며 "기다려주신 분들의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학생 때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를 보고 배우의 꿈을 꾸게 됐는데 워너비인 정우성 선배와 함께 하게 돼 좋았다. 예전에는 어렵고 먼 선배였는데 우성이 형이 챙겨주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고 좋아했다.
조인성은 또 "촬영할 당시에 이 정도의 시국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못했다. 비틀어서 찍은 장면들이 현실과 맞아떨어져 우리가 오히려 더 당황스럽다"며 "이런 시국에 모두가 같은 마음일 텐데 절망에 빠져 있으시다면 이 영화를 통해 희망을 봤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재림 감독은 "어떤 삶이라는 게 많은 우연과 우리가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것 같다"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영화 속 대사이기도 한데 굿판이든 시국과 닮아있는 장면 등은 일부러 의도했다기보다는 취재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권력자가 이런 일을 많이 하고 있더라. 거기서 '이렇구나' 하고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불행한 일이다. 웃자고 한 것인데 상황이 시국과 맞아떨어진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고 불운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우성은 "촬영 끝내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보니 굉장히 우연한 상황들이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며 "감독에게 '혹시 시나리오 쓸 때 신내렸어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고 웃었다.
류준열은 "굿판 장면을 추가로 찍었느냐고 묻는 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아니었다"고 했고, 한 감독은 "104회 촬영을 해서 추가 촬영은 없었다"고 짚었다.
극 중 배성우는 한 없이 가벼워 보이지만 뛰어난 처세술을 지닌 검사 양동철, 류준열이 태수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들개파 2인자 최두일을 연기했다. 배성우는 "조인성, 정우성 검사보다 가장 현실의 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는 검사"라고 웃으며 현실에 있을
'연애의 목적'을 통해 제43회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우아한 세계' '관상' 등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으로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그려낸 한재림 감독의 작품이다. 내년 1월 개봉 예정.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