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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둘 머리에 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사람들. 살인 사건이 일어난 듯한 집에서 제인(하지원)은 기겁하며 숨을 곳을 찾는다. 스릴러라는 장르로 시작하는 영화는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내 숨이 막힌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 때문이 아니라, 제인이 긴장한 탓 뀐 방귀 냄새 때문이다. 코믹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허당' 추리소설작가 제인은 소속 출판사 대표가 바람을 피우고 사람을 죽였다는 내용으로 경찰에 오인 신고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이들은 알고 보니 추리소설 출판사에 소품으로 있는 실물과 똑같은 마네킹이었다.
영화 '목숨 건 연애'(감독 송민규)는 스릴러와 코믹, 로맨스를 버무렸다. 비공식 수사에 나선 허당 추리소설가의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코믹 수사극은 전혀 다른 장르의 조화가 눈길을 끈다. 관객을 어색하게 만드는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요소 요소 장면 장면마다 과하지 않으려고 무지 애를 쓴 인상이 강하다.
동네 사람 모두를 살인범으로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해 이태원 민폐녀로 통하는 제인. 차기작 구성만 5년째하고 있는 그는 남다른 촉으로 위층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정황을 포착하지만 이번에도 누구 하나 믿어주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인 지구대 순경 설록환(천정명) 역시 마찬가지다.
제인은 이태원 일대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내용으로 추리소설을 쓰기로 결심, 직접 범인까지 잡으려 한다. 이 과정이 글에 녹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예전에도 그랬듯 록환을 설득해 지원사격을 받은 제인. 제인이 쓴 소설의 팬이자 FBI 요원이라는 제이슨도 등장해 도움을 준다. 하지만 제이슨은 제인의 위층에 사는 용의자이기도 하다. 범인을 찾아 나서는 제인의 이야기는 긴장감과 함께 웃음을 동시에 전한다.
강도 허종구(오정세)는 복병이다. "이렇게 쓰일 줄 알았다"라고 생각해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순 없다. 영화 속에서 '오정세 카드'는 '진백림 카드'와 '천정명 카드' 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오정세의 힘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코믹수사극' 장르에서 제대로 코믹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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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천정명의 쓰임이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후반부, 그는 관객을 헷갈리게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제인과 록환, 제이슨의 삼각 로맨스 설정도 나름 트릭이 있다. 진정한
코믹으로 무장해제 시키다가 추리소설에서 쓰는 용어들로 관객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하더니, 로맨스로 마무리된다. 복합장르가 장점이긴 한데 제대로 버무려진 느낌은 아니라 아쉬움이 남는다.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