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 1997년 밴드 자우림 멤버로 데뷔한 ‘국보급’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이 네 번째 솔로 앨범으로 돌아왔다. 지난 필모그래피를 통해 ‘차가운 듯 따뜻한 위로’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윤아는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한 번 ‘김윤아식 위로’의 깊은 울림을 들려준다.
김윤아는 8일 오후 서울 합정동 신한카드 판스퀘어 라이브홀에서 솔로 4집 ‘타인의 고통’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고 신곡 라이브 무대를 최초로 선보였다.
서정적으로 시작해 점점 고조되는 감정을 물 흐르듯 담담하게 그려내더니 클라이막스에서 제대로 터뜨려 준 타이틀곡 ‘꿈’을 비롯해, 스산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의 ‘독’, ‘타인의 고통’ 등의 라이브를 통해 탁월한 완급 조절을 보여준 김윤아.
무대를 마친 뒤에는 특유의 나긋나긋한 말투로 취재진에 인사를 건네며 스스로 포토타임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여유도 보였다. 이 카멜레온 같은 매력이라니. 과연 김윤아다웠다.
김윤아는 “요즘 많은 분들이 안팎으로 이런저런 근심이 많은 시기라 앨범 발매해서 홍보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런 시기니까 누군가에게는 음악이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데 이어 “‘꿈’도 그런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다부진 바람을 드러냈다.
솔로 앨범 발매는 2010년 ‘315360’ 이후 6년 만. 2013년 자우림 9집 이후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종료되면서 “번 아웃 증후군을 겪었다”는 그는 “10개월 정도 멍때리며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바쁜 활동으로 몰두하지 못했던 평범한 ‘일상’을 통한 긴 재충전 뒤 비로소 다시 곡을 쓰기 시작했다고.
새 앨범 타이틀을 우리 사회가 지금 함께 생각해야할 화두 ‘타인의 고통’으로 정한 김윤아는 특유의 차가운 듯 다정한 위로를 클래식, 블루스, 팝, 포크, 락 및 전자음악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에 고루 녹여냈다.
앨범 타이틀에 대해 “1년도 훨씬 전부터 마음 속으로 정해놨던 타이틀”이라 밝힌 김윤아는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보면 다들 힘들어하더라. 다들 고통을 많이 느끼는데 그 고통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자신이 음악으로써 그 고통을 공감하고 위로하고 싶었다는 취지를 드러냈다.
이어 “좀 더 많은 분들이 진정한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더불어 그 안에서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올 초 뮤지컬 연습 도중 목 근육 이상으로 가수 활동을 지속하느냐 못하느냐 기로에 섰던 아찔한 순간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김윤아는 “작년 겨울 호되게 후두염에 걸렸는데 빠질 수 없는 (뮤지컬) 연습이라 무리하게 소리를 냈더니 발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윤아는 “다행히 성대 이상은 아니었는데 목 주변 근육에 무리가 되어 쇠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며 “당시 공연 관계자 분들과 주변 분들이 침통한 상황이었다. 의학적으로 어떻게 하면 낫는다는 지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쉬면 낫는다고만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현재 상태는 완쾌는 아닌, 후유증이 남은 상태지만 이 또한 극복해가는 과정이라고. 김윤아는 “지금도 전에 없던 소리가 난다. 작년 겨울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어떤 각도로 돌렸을 때 원하지 않는 소리가 난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아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한 해였다. 일을 계속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도 담겨 있었다. 녹음 기간 중에도 굉장히, 어떤 소리가 날까에 예민하게 신경을 썼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윤아는 “이번 앨범 준비 과정에서 굉장히 의지했던 지인이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며 “여러가지 일이 있은 뒤 나온 개인 앨범이기 때문에 더 애틋한 감이 있고, 그런 슬픔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윤아는 이번 전 곡 작사, 작곡, 편곡 및 프로듀싱을 맡아 한층 성숙해진 음악세계를 오롯이
타이틀곡 ‘꿈’ 뮤직비디오는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글로벌 영상 프로덕션 37thDEGREE 에서 제작, 아름다운 음악과 몽환적인 영상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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