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중년의 수현 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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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석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를 기술시사회 때 보고 난 뒤 "가족들에게 더 잘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작품이 끝나고는 늘 가족여행을 간다"는 그는 "결국 남는 건 가족"이라며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랑을 준다. 생색이라기보다 불변의 진리 아닌가. 딸들이 커가는 걸 기억하려고도 노력한다"고 짚었다.
한 남자가 수십 년 전 과거로 돌아가 젊은 자신을 만나고, 과거에 가장 후회됐던 순간을 바꾸기 위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펼치는 인생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변요한과 채서진의 로맨스도 강조되고, 김윤석과 변요한의 '브로맨스'도 부각된다. 하지만 김윤석은 신인배우 박혜수와 펼친 부녀의 정을 좀 더 강조하는 듯했다.
김윤석은 "혜수를 집에 불러 방도 구경시켜주고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밖에서 차려입고 만나는 것보다 트레이닝복에 면티 입은 모습으로 친근하게 시간을 보냈다"며 "혜수 아버님은 엄청나게 친근하게 놀아준다는데 난 경상도 사람이라 그 정도까지는 못했지만 친해지려고 했다"고 웃었다. 실제 집에서 요리도 한다는 그는 "극 중 된장찌개를 끓여주는 신이 자연스러웠다"고 특히나 만족한 듯 웃었다.
물론 2인 1역을 한 변요한을 향한 애정도 과시했다. 그는 촬영 전 자신의 젊은 배우로 거론된 이들 중 변요한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연극과 뮤지컬을 했다는 뿌리도 비슷하고, '미생'과 '육룡이 나르샤'를 봤는데 느낌이 좋았다"고 한 김윤석은 "요한군 팬이 보면 싫어하겠지만 동글동글한 눈매가 비슷한 게 있었다. 아마 나와 강동원이 2인 1역 하면 아무도 안 믿고 코미디가 됐겠지만 변요한과는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후보군 중 추천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결과적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극중 두 사람은 비슷한 이미지를 풍긴다. 김윤석은 "무척 만족스러웠다"며 "내가 '남남 케미'가 괜찮고 성공확률도 높은데 이번에도 잘 됐으면 한다. 영화가 잘 돼 변요한의 출연료가 올라갔으면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선배는 후배의 행동과 버릇을 틈나는 대로 챙겨보기도 했다. 후배가 머리를 자주 쓸어올리는 데 그런 뒤 고개를 튕기는 걸 발견했다. 실제 촬영에서 김윤석이 사용했으나 홍 감독에게 "너무 웃겨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 편집되긴 했으나 이 외에도 행동과 버릇을 꼼꼼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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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무조건 편하게 풀어놓는 스타일이에요. 촬영 전에 벽을 허물죠. 담배도 제 앞에서 피우게 하고 허물없이 다가가려 해요. 편해졌을 때 촬영에 들어가는 게 좋거든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불편하거나 껄끄러워했던 사람은 없었느냐고요? 에이, 다들 관객을 극장으로 오게 하는 프로들인데 껄끄러운 상황이 될 수가 없죠. 이제껏 호흡 맞춘 배우들이 다들 개성이 달랐어요. 오히려 제가 배울 때가 많았죠. 아역 배우들한테도 배우는 게 있는 걸요. 배워서 잘하는 게 아니라 연기자에게는 느껴지는 소중한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김윤석은 로맨스 분량에 대해서는 "딱 이 정도가 좋다. 쑥스러웠다. 더하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내가 강동원도 아니고 괜찮나 싶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 때문에 힘들었다. 빨리 다른 장면으로 갔으면 했다"고 토로했다. 로맨스보다는 오히려 캄보디아어도 구사가 쉬웠다. "캄보디아어의 발음이 특이해서 이상하게 들릴 수 있으나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기대하지 않아요. 사실 '도둑들'에서도 중국어 성조를 잘 구사했다고 하는데 아무도 모르거든요(웃음).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는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시사회 때 과거로 돌아가 담배 피우지도 못하게 할 거라고 했는데 사실은 간다면 아무 말도 못 할 것 같아요. 그냥 '화이팅'하고 갈 것 같은데요. 무슨 말을 해서 현재가 달라지면 안 되니까요. 현재의 모습이 만족스러우니깐 바꾸고 싶은 건 없어요. 과거 한 때 연기를 안 한 적도 있는데 그 시기를 떠올려보다가도 그때를 생각해보니 좋은 점도 있었으니 과거를 후회해 바꾸겠다고 말하는 것도 애매해요."
김윤석은 이 영화의 홍보를 마치고 바로 또 영화 '남한산성' 촬영에 들어간다. 바로바로 작품에 들어갈 수 있는 건 그를 찾는 이도 많지만 그가 꽂히는 작품도 많아서다. 내로라하는 배우 중 하나인 그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수도 없다. '보석'을 골라내는 비결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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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수백 권을 읽었는데 나름대로 명확히 보여요. 솔직히 다섯 페이지만 읽으면 느낌이 와요. 더 읽어도 뭔가 없으면 문제가 있는 거죠. 글의 디자인만 봐도 안다고 해야 할까요? 내공이 느껴진다니까요. 가장 놀랐던 건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시나리오였죠. 간결한 지문과 그 많은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