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영화는 동남권 한 원전을 배경으로 한다.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이 작은 도시에서 어느 날 대지진이 발생하고, 부실한 관리를 해온 탓에 이는 원전 폭발 사고로 이어진다. 정부를 비롯한 관련 책임자들은 사건 초기 단계부터 입막음에 급급하고, 믿고 있던 컨트롤 타워마저 흔들린다. 작은 피해로 끝날 수 있던 사고는 사방에 만연해있는 무책임자들로 인해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한다. 결국 위기에 내몰리는 건 국민이다.
방사능 유출의 공포는 점차 극에 달하고 최악의 사태를 유발할 2차 폭발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발전소 직원인 ‘재혁’(김남길)과 그의 동료들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문제작 ‘판도라’는 영화가 아닌, 우리의 현실로 느껴질 정도로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사실 ‘원전’이라는 소재 외에 여타의 재난 영화와 차별화 되는 특별한 점은 없지만, 현 시국과 맞아 떨어지면서 영화 속 이야기는 유독 섬뜩하게 다가온다.
훌륭한 CG·강력한 메시지가 인상 적이나 영화적 재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136분간 완급 조절 없이 울고 분노하다 보니 좀 지치는 면도 있다. 적나라한 현실을 반영하지만 결말은 지극히 이상적이고 진부하다.
영화는 지진의 발생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원전 사고와 그로 인한 전국적인 패닉, 무능력한 정부의 행태를 묘사하는데 집중한다. ‘해운대’ ‘터널’과 같은 유머나 재치는 없다. 136분간 오롯이 원전의 위험성과 현실 비판으로 이끌어간다. 이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강추!
‘원전’이라는 소재는 신선하다. 엄청난 위험성을 재고하게 만드는 계기 역시 의미가 깊다. 박정우 감독과 제작진은 원전의 사실적 표현을 위해 다방면의 자료조사와 사전 연구, 엄청난 양의 레퍼런스를 참고 했다고 한다. 엄청난 공을 들인 덕분인지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원자력 발전소의 내부는 굉장히 리얼하게 표현된다. 섬세한 CG와 사실적이고 규모감 있는 묘사가 놀라울 정도다.
현실을 복사해 가져다 놓은 듯한 시국의 반영과 각계각층 인물들의 대사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비극적인 장면들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보는 듯하다.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강렬한 메시지와 무능한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날카로운 시각도 요즘 같은 혼란 속에서 의미를 더한다.
비추!
사실 현 시국은 대한민국엔 재앙이지만 ‘판도라’에는 천운으로 작용한 듯하다. 영화의 강점은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리면서 단점은 커버되는 절대적 장치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사실 시국과 떼어놓고 보면, 영화적인 매력은 기대에 못 미친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컨트롤타워와 각계 계층의 이기적인 책임자들, 이 안에서 스스로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소시민 영웅들, 가족애와 인간애를 다룬 메시지 등은 모두 여타의 재난 극에서 봐온 익숙한 요소들이다.
136분 내내 진지하고 무겁고 비극적인 탓에 관객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작품이 절정을 향해 치닫지만, 어느새 진이 빠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감동 역시 떨어지는 경향도 있다. 완급 조절의 실패다. 할리우드 영화 ‘아마겟돈’을 연상시키는, ‘희망’이라는 메시지로 귀결되기 위한 인위적인 결말도 아쉬운 대목이다.
영화 속에는 주연 김남길을 비롯해 정진영 김영애 문정희 김명민 등 연기파 배우들과 신예 김주현이 다채롭게 등장해 신뢰감 있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업↑’ 신예 김주현
충무로에 또 한 명의 신예 스타의 탄생이다. 극중 재혁(김남길)의 여자친구이자 발전소 홍보관 직원으로 출연하는 김주현은 당차고 씩씩한 ‘걸크러쉬’ 매력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그가 맡은 연주는 부모, 형제 없이 외롭게 자랐지만 언제나 용감하고 씩씩하다. 인형 같은 외모를 지녔지만 리더십이 뛰어나고 위기 대처 능력도 뛰어나다. 정도 많고 정의감도 넘친다. 연애 역시 밀당도 내숭도 없는 순정파다.
2007년 공포 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그는 2014년 ‘모던파머’에 출연했다. 좀처럼 두각을 내지 못했던 그가 ‘판도라’에서 비로써 숨겨왔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다운↓’ 소박해진 김남길, 착한남자 매력은 글쎄
‘나쁜 남자’ ‘차도남’의 이미지로 차갑지만 세련된, 그러면서도 모성을 자극하는 눈빛으로 데뷔 동시에 큰 사랑 받아온 김남길이 이번 영화에서는 참으로 소박해졌다. 겉으로는 철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연인을 생각하는, 따뜻한 심성을 지닌 청년 재현으로 분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원자력 발전소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머리 속에는 늘 마을을 떠날 생각으로 가득한 재혁. 책임감 없고 매사에 툴툴대는 그이지만 막상 최악의 재난 앞에서는 가장 정의로운 인물로 변모하며 영웅적 면모를 보인다.
하지만 진부한 설정과 예상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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