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임슬립 외피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강렬한 로맨스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과거의 자신을 만나거나, 미래의 자신을 만난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는 30년 전 과거의 나를 찾아가 후회했던 그 한순간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두 주인공, 아니 한 명의 남자 한수현(김윤석, 변요한)의 이야기다. 타임슬립이라는 외피지만, 강렬한 로맨스가 숨겨져 있다. 멜로가 좀 더 강한 여운을 남긴다.
2015년 캄보디아 의료 봉사를 떠난 소아외과 의사 한수현(김윤석)은 한 노인이 데려다 키우는 갓난 아이의 구순구개열 수술을 해준다. 그러곤 노인으로부터 신비스러운 알약 10알을 받는다. "삶은 당신이 잠들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수현은 귀국 비행기에서 한 알을 삼키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30년 전인 1985년 부산진역 공중전화 부스에서 과거의 자신(변요한)과 만난 중년의 수현. 과거 자신이 사랑했던 연아(채서진)를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는 갈망이 가득해 벌어진 일이나, 현재의 수현과 과거의 수현은 만나서는 안 됐다. 과거가 변하면 미래도 변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타임슬립이라는 허무맹랑한 소재는 김윤석과 변요한이 남다른 '남남 케미'를 선보이며 설득력을 높인다. 현실에서 20년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 두 배우는 다른 듯 비슷하게, 또 비슷한듯 다르게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스타일과 행동은 다른 듯 비슷하다. 특히나 뒷모습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다.
물론 성격은 다르다. 세월의 모진 풍파가 쌓인 중년의 수현은 김윤석이 주름살 깊은 얼굴로 제대로 연기했고, 사랑에 모든 것을 내던질 것 같지만 유약해 보이는 젊은 수현은 변요한이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또한 김윤석은 과거 사랑했던 여인을 향한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내면 연기를 했고, 변요한은 채서진과 과거의 로맨스를 적극적으로 담당했다. 풋풋하고 가슴 아픈 사랑이 스크린에 온전히 전달된다. 두 남자의 한 여자를 향한 사랑은 분명 로맨스물의 장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과거를 바꾸게 할 수 없다는 현재의 수현과 미래를 바꾸겠다는 과거의 수현의 신경전을 보는 재미도 있다. 김윤석과 변요한의 연기 대결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영화는 다양한 장르적 조합도 눈에 띈다. 강점이라면 강점이고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타입슬립을 비롯해 멜로와 스릴러, 코믹 등등의 요소가 관객을 정신없게 한다. 하지만 이 복합장르 이야기가 완전히 봉합되지 못한 인상을 남기는 건 아쉽다. 후반부 과거로 돌아가는 이가 사랑을 완성하는 메신저 역할이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전 세계 30개국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세계 최초로 영화화한 판타지 멜로 영화다. 김효진, 심은진 등 카메오나 우정 출연으로 등장하는 배우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꼭 사랑했던 이를 만나는 것과 관련 없다고 해도 당신의 과거 혹은 미래를 만나고 싶은 바람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꿈 속에서라도 간절한 바람은 이뤄질 수 있다. 111분. 12세 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