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가 두 남녀로 가득하다. 형과 동생의 브로맨스 가득한 코믹감동 영화 '형'과 '형'과 닮았으나 울림이 좀 더 깊은 '작은형', 두 여성의 자식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 가득하게 담긴 '미씽: 사라진 여자', 샤이니 최민호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범죄 액션물 '두 남자' 등등. 소재와 내용만큼이나 다양한 한국영화들이 두 남녀를 주인공으로 관객을 즐겁게 하고 있다.
한국영화들의 흥행세는 일단 반갑다. 지난 10월 말부터 이어진 '닥터 스트레인지'의 흥행세를 '신비한 동물사전'이 이어받아 외화들이 우위를 지키고 있었는데, 조정석 도경수 주연의 '형'이 지난 달 24일 개봉하면서 1위를 가져왔고 1주일 뒤 개봉한 엄지원 공효진 주연의 '미씽: 사라진 여자'가 2위를 지키고 있다.
앞의 두 영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제작비와 인기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두 남자'와 '작은 형'은 상대적으로 개봉관을 지키지 못하면서 박스오피스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관객의 관심도는 낮으나 이 정도면 나름 선방한 셈이다.
11월에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스크린 독점 논란이 있긴 했으나 크게 문제가 불거지진 않았다. 1000개 이상의 상영관을 독점해 다른 영화들에 피해를 주는 경우는 허다하다. 최근 들어 여름 시즌에는 국내외 영화를 가리지 않고 매년 골칫거리로 등장한다. 5일 현재 영진위 기준 '형'이 832개 스크린, '미씽: 사라진 여자'가 775개 스크린, '두 남자' 372개 스크린, '작은형' 12개 스크린 등등 각 영화는 여전히 차이 나는 스크린 수로 대조된다. 많게는 1900개 스크린을 가져간 때보다는 정도가 낮은 편이라 할 수 있으나 안타까운 지점은 분명 있다.
한국 관객의 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원하는 이가 많아진 만큼 스크린 배분을 적절히 하면 좋으련만 정부가 나서지 않는 한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게 영화계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제작자는 스타들을 찾고 돈이 많이 드는 대작으로 영화를 만들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스크린 숫자를 차별하는 극장 측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전체 스크린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400여 개에 달한다. 이를 10여 개 영화가 나눠 챙겨야 먹는다. 1주일마다 상황이 변하기에 단명하는 영화들도 많다. 초반 기세를 잡아야 개봉관을 쭉 이어갈 수 있다. 개봉 초반에 인터뷰와 무대인사 등을 쏟아내는 이유다. 하지만 스크린을 지키는 건 쉽지 않다.
스크린 독과점을 언급할 때 늘 프랑스가 인용된다. 프랑스 관객은 조금 더 쉽게, 편하게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찾아볼 수 있는 구조다. 정부가 나서 극장
우리나라는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최순실 국정농단' 난리통으로 인해 드러난, 문화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장악하려고 한 정부에게 뭔가를 기대한다는 게 잘못된 생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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