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영화 ‘판도라’ 속 김남길의 모습은 처참하다. 방사능이라는 어마어마한 재앙을 맞이했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그런 재앙 속에서 가족들을 떠올리는 인간적인 이야기까지 함께 담고 있기 때문에, 배우로서 여러 가지 고려할 상황이 많았을 터다.
“피폭은 저희가 나름 절제를 한 거예요. 원래는 보기에도 거부감이 들 정도거든요. 세포부터가 죽는 거라 뼈와 살이 썩고 녹아내리죠. 그렇게까지 표현하면 정서적 이야기에 거부감이 들 수 있겠다 해서 감독님이 적당히, 발진 정도만 이야기를 하셨어요. 각혈정도만 보여주는 걸로 잡았죠. 저도 방사능이 피폭되는 캐릭터를 연구하기 보단 재혁이가 가지고 있는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캐릭터를 동료애나 가족애로 포커스를 맞춰서 표현하자고 하다 보니 동료나 가족애도 이기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전체적인 건 인간애를 담을 수 있으니 인간애에 대한 의미에 포커스를 맞추자 했죠. 감독님이 요구하고 추구하는 게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재난 영화였어요. 할리우드 재난영화나 히어로는 죽으러 갈 때도 문화자체에서 오는 정서가 다르거든요. 그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치중을 많이 했죠. 앞부분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드려져야 뒤에서도 그렇게 된다고 해서 그런 부분에 초점을 뒀어요. 감독님은 원자력 발전소나 지진, 사회적 재난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지만 배우인 저는 정서적인 입장에서 맞춰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 사진=NEW 제공 |
이번 영화에서 김남길은 경상도 남자로 변신해 사투리까지 구사했다. 서울 사람으로 살다보니 제 아무리 사투리를 연습한다한들 완벽한 경상도 말투를 따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그가 반드시 영화에서 사투리를 써야만했던 이유가 있었을까.
“재혁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사투리를 썼을 때 부각시킬 수 있는 느낌들이 있어요. 청개구리 습성도 있고, 안 된다고 해도 다 해주는 스타일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분은 경상도 남자라고 다 그렇지 않다고 발끈 하셨지만요(웃음). 지역감정 조장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사람마다 다르다며 경상도 사람이라고 다 그렇다고 얘기를 하셨죠. 특히 김대명 씨는 같은 나이여서 살아온 시대가 비슷해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통된 분모도 많았고요. 촬영이 끝나면 배우들끼리 영화 속 동네 친구들처럼 편한 느낌을 내려고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판도라’는 개봉 전부터 연일 뜨거운 화제를 몰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에 기획된 시나리오지만, 영화 속 상황들이 마치 현 대한민국의 상황을 예언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영화에 참여한 배우로서 그가 이런 이야기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물었다.
↑ 사진=NEW 제공 |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아직 대체 에너지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찬반이라고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배우들은 관련된 소재 한 편 찍었을 뿐이고, 공부하신 분들도 많잖아요. 하지만 위험요소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그런 에너지 덕분에 전기를 싸게 쓰는 장점도 있는데, 그냥 이걸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건지 생각이 들죠. 탈핵 영화라기보다 자연재해로 일어난 이야기를, 인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독일은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며 점차 원자력을 줄인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우리도 그런 개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환경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이 들기도 하죠.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가 있었을 때, 체르노빌은 정말 삭막하더라. 후쿠시마는 발전소는 괴기스럽고 무섭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체르노빌은 폐허더라, 아직까지도 방사능 수치가 높다하고요.”
재앙을 다루는 영화였던 만큼,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치열했을 터. 특히나 위험한 상황이 곳곳에 포진해있는 가운데 모두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쉽게 예민해지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배우로서 그런 상황에서 연기를 펼치며 느낀 어려움은 없었을까.
“(현장은) 재난이었어요. 정말 즐거웠고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하는 말은 다 거짓말 하는 거예요(웃음). 물론 우리는 배우고 감독님은 감독님이지만, 감독님은 그냥 의자에 앉아서 이래라저래라 하신다고 했었거든요. 긴박하게 재난을 표현하려다 보니 감독님도 욕을 많이 하셨죠. 그런 거에 상처를 받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있었어요. 근데 그게 듣고 기분 나쁜 욕이 아니었어요. 이후에 감독님에게 욕이 적힌 팻말을 드리면서 그걸 들으시라고 했었죠. 재난에 대한 감정이나 상황을 전달해야 하는데 힘들었거든요. 그러면 나중에 술을 한 잔 하면서 돈독해지긴 하는데, 현장에서는 욕이 난무하고 고성이 오고갔죠. 진짜 재난이었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조금 더 ‘진짜 김남길’의 모습을 보여준 그가, ‘판도라’ 이후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도 기대감을 모으는 부분이다.
“‘해적’을 찍고 나서 공익 활동이 끝나고 정체기가 왔었어요. 제 적성에 연기가 안 맞는데 부여잡는다는 생각을 했죠. ‘해적’ 때도 연기에 대한 고민을 했었어요. ‘무뢰한’ 때도 연기를 빼려고 했는데 그 때는 힘을 너무 뺐다 생각했어요. 근데 찍고 나서 보니 아직까지 힘이 들어간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때 연기적으로 전환점이 오면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판도라’는 정적인 연기를 할 수 없더라고요. 계속 소리를 지르고 하다 보니 제가 그동안 공부하려고 했던 정적인 연기는 안 되겠고, 장르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죠. 선배님들은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잘 하시잖아요(웃음).”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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