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의 비밀스런 일 때문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이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에서 연극 '꽃의 비밀' 프레스콜에서 장진 감독이 한 말이다. 2014년 집필했다는 ‘꽃의 비밀’에서 장진 특유의 시그니처라고 볼 수 도 있는 시국풍자를 뺀 이유를 저 한 문장이 설명하고 있었다.
'꽃의 비밀'은 이탈리아 북서부 '빌로페로사'라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하여 벌어지는 네 여성의 해프닝을 다룬 연극이다. 이선주, 구혜령은 소피아 역을, 배종옥, 조연진은 자스민 역을, 소유진, 이청아는 모니카 역을, 김보정, 박지예는 지나 역을 맡았다.
남편을 사랑한다는 말에 “너무 웃긴다”며 “가족끼리는 사랑 같은 거 하는 거 아니다”라고 말하는 네 여인들의 모습은, 그들이 맞이한 조금은 어려운 상황과는 대조적이라 더욱 극적이다. 장진 특유의 웃으면서 울리고, 관객을 놓아주면서 긴장시키는 강약조절이 압권이다.
이날 장진 감독은 ‘꽃의 비밀’에선 시국 풍자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어제 저녁에 제가 리허설을 끝까지 못 보고 먼저 일 때문에 갔는데, 어제 연습하면서도 계속 '이걸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평소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가감없는 정치 풍자를 선보였던 그가 고심을 거듭한 이유는 왜일까. 그는 “연출과 작가일을 함께 하다보니 작가인 저와 연출인 제가 상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작가인 장진을 보호해주고 싶은 경우도 있다”며 “작품은 시절이 바뀌어도 텍스트의 완성도가 견고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다른 시대에서도 먹혀야 좋은 작품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애드리브를 안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통쾌함을 떠나서 너무 힘든 것 같다. ‘피로도’라는 말과 다른 부분에서 국민들이 너무 힘드신 것 같다. 이런 얘기를 자꾸하는 것 보다는 실무적으로 그 분들을 위해 뭔가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며 “어제까지도 고민을 하다가 접은 대사들이 있다. 거기에 한마디만 더 넣으면 관객들이 얼마나 통쾌해 하겠냐. 그러나 장삿속 같아서 고민하다가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장진은 “12월에 올리는 연극에는 다른 의미가 있다”며 “한 해의 마지막의 자리를 우리 작품으로 할 수 있다는 것. 그 분들의 삶에 우리 연극이 아주 인상깊은 휴식과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꽃의 비밀'은 그런 작품인 것 같다”며 “'여자들의 비밀스런 하룻밤', '한 여자의 비밀스런 일 때문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이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썼는데, 써놓고 닭살이었다. 그럴 능력도 없는 놈이 글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마지막 관객 여러분들이 오실때까지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작품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오는 29일 개막을 시작으로 2017년 2월5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