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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신해철의 부인 윤원희 씨는 침착하고, 의연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단호한 어조로 항소 뜻을 밝혔다.
25일 오후 서울동부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하현국) 심리로 고 신해철의 수술을 집도한 S병원 K원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및 의료법 위반 등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부는 K원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대해 유죄로 판단,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업무상 기밀누설 및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선고를 내렸다.
공판에 참석한 윤씨는 40여분간 진행된 재판 내내 별 미동 없이 재판부의 주문을 경청했다. 재판부가 최종 선고를 내린 뒤에도 표정은 담담했고, 크게 동요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법정 밖으로 나와 취재진 앞에 나섰을 때도 담담하게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할 뿐 이렇다 할 심경을 드러내진 않았다. 무수한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대표하고 있다는 데 대한 사명도 엿보였다.
하지만 살짝이라도 건드리면 쏟아져나올 듯한 눈물을 애써 참아내는 기색도 숨기진 못했다.
윤씨는 재판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자 “결과에 대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크게 있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형량이 부당하고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K원장의 입원 지시를 어긴 점을 재판부가 일부 피해자 과실로 판단한 데 대해서는 “저희는 계속 괜찮다고 안심을 받았고, 그에 따른 행동이었기 때문에 납득 가지 않는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윤씨는 “유감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피해자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같은 의사, 동일인에게 의료피해 있는 환자가 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분들 뿐 아니라 다른 의료사고, 다른 힘드신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저희 케이스가 도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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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해철 측 변호를 맡은 박호균 변호사는 의료법 개정으로 인해 의료인이 업무상 과실치사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해도 의사 면허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현실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박 변호사는 “일본, 독일,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의료사고를 낸 의사가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만 받아도 면허 취소, 의료업 정지 처분이 가능하다”며 “적어도 업무상과실치사의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 의료인에 대해 면허 취소·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K원장에 대한 선고를 하기 전, 대한의사협회 및 의료분쟁조정위원회 등 전문 기관으로부터 받은 의견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신중하고 종합적인 판단을 했음을 강조했다.
이번 신해철 사건을 계기로 의료사고 관련 의료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등 안팎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대중을 포함, 특정 이해집단의 이목이 집중된 점도 재판부가 각별히 책임감을 갖고 판단할 만한 부분이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피고인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위해 실형까지 선고해야 하는 게 아닌가 재판부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 사건 전에는 피고인의 전과가 없으며, 피고인이 2014년 10월 20일 망인(고 신해철)에게 복막염 가능성을 나름 염두에 두고, 관련 검사를 위한 입원 지시하는 등 충분하진 않지만 피고인 능력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4년 10일 20일 피해자는 피고인의 입원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퇴원한 것으로 보이는데, 비협조적인 행위를 한 데 피고인 책임이 일정 부분 있는 것은 맞지만 결과적으로 그 또한 사망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인 점에 비춰보면 피고인에게 실형까지 선고해서 구금생활 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했다”며 “앞서 말한 여러 양형 사유 고려해서 피고인에 금고형에 집행유예 선고한다”고 밝혔다.
고 신해철은 지난 2014년 10월 17일 S병원에서 K원장으로부터 장 협착 수술을 받은 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고 A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같은 달 27일 숨졌다.
신해철의 아내 윤원희씨는 신해철을 수술한 S병원의 업무상 과실 가능성을 제기하며 K원장을 고소했다.
K원장은 신해철을 상대로 위장관유착박리술을 시행하면서 소장, 심낭에 천공을 입게 해 복막염 및 패혈증을 유발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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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