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거리를 배회하는 4명의 10대 청소년 커플들. 진일(최민호) 가영(정다은), 봉길(이유진) 민경(백수민)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휴대폰이나 오토바이 등을 슬쩍해 불법 거래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돈이 궁해져 잠잘 곳이 없어진 상황에서 가영이 조건 사기를 제안하나 남친 진일은 화를 낸다. 하지만 가영은 실행에 옮기고 불법 노래방 업주 형석(마동석)을 만나 모텔로 들어간다.
형석은 가영을 설득해 자신의 노래방에서 일을 시키려고 하나, 가영은 거부한다. 마침 진일과 봉길이 들이닥쳐 형석을 가격하고 모텔을 빠져나온다. 형석의 지갑과 자동차를 훔쳐 나온 일행은 오늘 일진이 사나웠음을 위로한다.
하지만 영화 '두 남자'(감독 이성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진일과 형석, 두 남자는 만나서는 안 됐다. 어렸을 적 진일이나 봉길보다 분명히 더 문제아였을 것 같은 형석은 분풀이를 위해 진일 일행을 쫓는다.
여기에 의문의 남자 성훈(김재영)이 더해져 쫓고 쫓기는 상황이 그려진다. 성훈의 캐릭터가 등장하며 영화는 세 남자가 엮여 더 복잡해지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두 남자'는 남자 냄새가 진동한다. 주먹질과 육두문자가 계속된다. 마동석 자체만으로 선 굵고 강렬한 인상을 전한다. 유약한 듯 보이는 최민호는 여자친구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불사하는 남자로서 수컷 향기를 제대로 풍긴다. 최민호의 예쁘장한 얼굴이 방해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우리 주위에 흔한 얼굴로 인식돼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준다.
영화는 10대 가출 청소년 문제를 다루긴 하나 이를 일방적으로만 담아내진 않는다. 산전수전 다 겪은 40대 형석에게 진일은 상대가 안 되지만 이따금 반격을 가한다. 얻어터진 진일의 모습이 조금 더 안쓰럽긴 하지만 형석에게도 사채라는 현실의 슬픔이 묻어나기에 욕할 순 없다.
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나쁜 캐릭터들인데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하다. 어린 시절 문제아였으나 나름의 방식으로 한 집안의 가장이자 어른이 돼 겉으로는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는 듯 보이는 형석 역시 실제로는 온전하지 못하다. 10대 진일 일행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성훈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다른 길을 택하는 듯 흘러간다. 하지만 제목처럼 영화는 두 남자에게만 집중했다. 절대악으로 규정된 성훈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진일과 가영은 성훈을 보자마자 벌벌 떨고, 진일은 극단적 행동까지 해버린다. 분명 진일은 시종일관 형석보다 성훈을 더 무서워했다. 과거 일들로 유추할 수 있긴 하나, 좀 더 관계가 담겨졌다면 성훈에게도 몰입해 긴장감 넘치게 이들을 바라봤을
가영을 향해 자신을 믿으라며 나름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을 가졌던 진일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그리 남자답지 않다. 결말에서 희망을 전했으면 좋으련만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현실이 그리 희망적이지 않아서일까. 기분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91분. 청소년 관람불가. 30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