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연’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들으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무엇일까. 예전엔 ‘KBS 아나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2016년에는 조금 달라졌다. MBC 일일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로 연기에 처음 도전한 오정연에게 ‘연기자’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었다. 탁월한 진행 능력에 연기력까지 탑재한 오정연이야말로 진정한 ‘팔방미인’이 아닐까.
오정연을 22일 서울 중구 필동 매일경제사옥에서 만났다. 성공적으로 ‘워킹맘 육아대디’를 끝냈다는 만족감 때문이었을까. 부쩍 추워진 날씨에도 얼굴엔 봄이 온 듯 활짝 꽃이 펴있었다.
2003년 청주 MBC 아나운서로 데뷔한 후 2006년 KBS 32기 공채 아나운서로 발탁되며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오정연이다. 2015년 프리랜서 선언을 하기 전까지 연기라곤 몰랐고 해본적도 없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을까. “프리랜서 선언을 할 때 ‘뭐든지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요. 그런 와중에 ‘워킹맘 육아대디’ 감독님께서 ‘러브 크로아티아’를 보시곤 저에게 ‘주예은’을 보셨다고 하셨어요. 무표정으로 있을 땐 차가운 표정이거든요. 저의 트라우마인데 그걸 좋게 봐주셔서 캐스팅을 해주셨어요.”
첫 연기 도전에 ‘연기 수업’은 포함돼있지 않았다고. 오정연은 “감독님께서 ‘백지상태에서 연기 해보자’고 하셨다. 연기 수업은 없었지만 ‘캐릭터 분석 수업’을 받았다. ‘워킹맘 육아대디’에 함께 나온 길혜연 선생님께 몇 시간 동안 캐릭터의 이해에 대해에 배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워킹맘 육아대디’는 참 신선한 드라마였다.
이렇게 연기라곤 아무것도 모르던 그는 기성 연기자들에게 눌리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고, 대사를 수백 번씩 연습하며 완벽을 기했다. 그래도 여전히 부족했다. 오정연은 “구박도 많이 받았다. 오정연 아무것도 모르네. 그런 소리도 들었다. 연기가 안돼고 속상할 때는 남몰라 집에서 눈물도 흘렸다”고 고백한 뒤 “쓴소리도 달콤했다. 동료들이 바쁜 와중에도 자상하게 조언도 해주고 교감하고 교류했다. 정말 고마웠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마라톤이었어요. 그 정도로 정말 드라마가 안 끝나더라고요. 한 고비를 넘겼다 싶으면 더 큰 고비가 찾아오고. 계속 능선을 넘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또 올라가야 한다면 다시 올라가고 싶어요. 주예은과 ‘워킹맘 육아대디’ 속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워킹맘 육아대디’는 일하는 엄마와 육아하는 아빠들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드라마 속에 가감없이 담아내며 실제 워킹맘들의 큰 호응을 얻어냈다. 각종 ‘OO맘 카페’에는 ‘워킹맘 육아대디’의 이야기에 대해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공감돼서 울었다”, “내 남편도 집안일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내용 등 드라마에 공감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흘러넘쳤다.
“저도 반응이 궁금해서 인터넷 카페를 찾아봤는데 굉장히 특이했던 내용이 기억나요. 아이들이 먼저 TV를 켜고 ‘워킹맘 육아대디’를 기다린다는 거예요. 애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직접 경험하는 일들은 그려냈기 때문에 엄마 세대부터 아이 세대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어요.”
아직 아이가 없는 오정연은 ‘워킹맘 육아대디’를 통해 ‘워킹맘 간접체험’을 톡톡히 했다. 그는 “작품을 하기 전엔 막연한 상상과 주위 선배들과 친구들의 증언뿐이었다. 그런데 드라마를 하면서 간접체험을 정말 깊숙이 했다. 너무 힘들겠구나. 더욱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아이들로 인해 얻는 기쁨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며 아이가 생긴다면 꼭 ‘워킹맘 육아대디’를 함께 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