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는 여성들의 본성에 집중하려고 공을 들인 듯한 인상이다. 이혼한 워킹맘 지선(엄지원)이나 중국에서 온 보모 한매(공효진)는 다른 듯 같다. 두 여성의 강렬한 모성 본능은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굳이 아이를 낳지 않아도 여자라면 지니고 있다는 그 본성이 영화 전반에 흐른다.
딸 다은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지선. 하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건 한국 사회에서 쉽지 않다. 울고 있는 아이를 너무나 잘 다루는 한매를 만나고는 마음에 들어 보모로 채용하는 지선. 그렇게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6개월을 보낸다. 하지만 한매가 지선의 집에 들어온 이유가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다은을 데리고 사라진 한매. 한매를 찾아 나선 지선은 한매의 다른 이름이 몽연이고 실제 이름은 또 다른, 농촌 마을에 시집온 중국인 여성이라는 걸 알게 된다. 알아갈수록 다 거짓인 한매의 실체에 관객은 궁금증을 키워나간다.
영화는 한매를 찾는 지선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중반부 이후 한매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관객을 숨 막히게 한다. 한매와 지선이 엮인 이야기가 드러날 때 고통스럽고 가슴 아플 수 있는 부분이 꽤 많다. 피가 낭자하지 않는데도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장면도 있다.
이언희 감독은 많은 부분을 섬세하게 챙기며 소재와 이야기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여성 관객들이 공감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이 많을 것 같은 이유다. 반면에 남성 관객들은 그 감정을 이해하는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왜?'라는 물음은 두 여배우의 연기, 특히 오열하는 신은 대결이라고 할 정도로, 절절하게 연기한 두 배우 덕에 없어져 버린다. 현실 세계에서 아이가 없는 두 사람은 굳이 아이가 없어도 여성들이 그 본성을 갖고 있다는 걸 제대로 알린다.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한 결과가 아닐까.
이미 엄지원은 영화 '소원' 등에서 모성애를 표현한 바 있다. 공효진은 어눌한 억양부터 유창한 중국어 연기까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이와는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외모부터 연기까지 전혀 다르게 와 닿는다. 다른 모습의 공효진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후반부 두 여자가 다시 만나는 지점을 그린 신에서 감독의 의도는 특히 빛난다. 용서 혹은 화해로 귀결될 수 있는 듯하지만, 슬픈 상황인지 행복한 순간인지는 관객이 바라보기 나름이다.
엔딩 장면은 90년대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아쉬움을 남긴다. 또 한 명의 의뭉스러운 캐릭터 현익(박해준)을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
'공블리' 공효진을 전혀 다른 이미지로 차용하는 등 여성 캐릭터들을 제대로 사용했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작품이다. 하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불러오게 한다.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30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