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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어지러운, 또 가슴 아픈 시국이다. 뉴스만 틀면,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가슴을 쓸어내리며 간간히 가라앉힌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 직업을 막론하고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은 대부분 그러할 것이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공인 가운데서도 평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에 유독 조심스러워하던 스타들도 이번만큼은 목소리를 한층, 아니 몇 배나 키운 듯하다. 개인 SNS나 각종 공식 행사, 나아가 시위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각자의 소신을 밝히며 한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우 정우성은 이른 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금기의 명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식 적으로 밝혔으며, 박근혜 정부를 향해 “나와!”라며 패러디까지 했다. ‘길라임’ 논란으로 주목을 받은 하지원은 민감한 상황에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 오히려 “신작의 캐릭터 이름은 사용하지 말아 달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오래 전부터 자신의 정치 성향을 당당히 밝혀온 유아인은 촛불 시위 현장에 직접 참여했고, ‘국민 로커’ 이승환 역시 강렬한 목소리로 국민과 뜻을 함께 했다. 이효리 윤도현 전인권 등 인기 가수들은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프로젝트 음원을 무료로 배포하고 음악으로 위로를 보내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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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웃찾사’ ‘개그콘서트’ ‘SNL 코리아’ 등에서 많은 예능인 후배들이 고군분투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단순 희화화나 패러디가 주를 이룬다. 과거에는 인간의 본성이나 사회 문제에 통렬한 풍자와 반어를 내용으로 하는 ‘블랙 코미디’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만큼, 메시지를 녹인 완성도 높은 개그가 그들의 고품격 특기가 아니었던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성장해온, 현재의 수장급 예능스타인 이경규 김구라 유재석 이수근 김병만 신동엽 등이 애쓰는 후배들의 길잡이가 돼 준다면,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따뜻한 목소리를 내 준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연예인 가운데서도 가장 친근하고, 가까운 듯 먼듯 함께 하는 탓에 유독 ‘국민MC’ ‘국민 개그맨’ 등의 ‘국민’ 수식어가 많이 붙는 그들이다. 매 시상식 마다 후배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예능인들의 어려운 현실에 일침을 가하고, 국가의 대소사에 항상 따뜻한 위로를 건네던 그들이었기에 그 어느 때 보다 가슴 아픈 나날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그들의 목소리가 더욱 그리운게 아닌가 싶다.
이면에는 다양한 현실적인 이유가 제약이 분명 존재할 테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들의 임무는 “더 열심히 웃음을 주는 일”이 최선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테다. 하지만 헛웃음
많은 스타들이 언제 불어올지 모르는 역풍의 리스크,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과 함께 말이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