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2015년 영화 ‘초인’으로 데뷔한 신인 배우 김정현. 신인이지만 그의 소신은 또렷했고, 선명했다. 자신의 생각이 명확하니 그만큼 더 묵직했다. 이렇게 묵직한 배우가, 시간이 지나 그 묵직함이 숙성되면 어떤 깊은 맛을 낼까. 만나기 전보다 만난 후 그에 대해 더욱 궁금해지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김정현은 지난 10일 종영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표나리(공효진 분)의 동생 표치열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질투의 화신’은 질투라곤 몰랐던 마초 기자 이화신(조정석 분)과 재벌남 고정원(고경표 분)이 생계형 기상캐스터 표나리를 만나 질투로 스타일 망가져 가며 애정을 구걸하는 양다리 로맨스로, 신선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수식어를 만들며 많은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 사진제공=오앤엔터테인먼트 |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김정현은 ‘질투의 화신’이 첫 드라마 작품이며, 데뷔작은 2015년 영화 ‘초인’이다. ‘초인’에서 김정현의 모습을 인상 깊게 본 ‘질투의 화신’ 제작진 덕분에 그는 오디션 기회를 잡게 됐다. 김정현은 “‘초인’이 없어다면 ‘질투의 화신’도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질투의 화신’은 배우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작품이고,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고, 김정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초인’이 없었으면 이 기회도 없었을 거다. ‘초인’을 만나고 제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그 전까지는 ‘어떻게 배우로 살아야 하지’ ‘여기를 어떻게 해야하지’ 이런 고민들만 가득했다. 하지만 ‘초인’이 개봉된 후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고, 제 기사가 나가고, 관객이 생기고, 저에 대한 기사들이 났다. 아무 것도 없을 때에 한 걸음 뗄 수 있도록 ‘툭’ 밀어준 작품이었다.”
↑ 사진제공=오앤엔터테인먼트 |
김정현은 중학교 3학년 때 학예회에서 더빙 연기를 하면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다. 들어가자마자 대본을 주며 ‘4주 뒤 공연할 거야’라고 말했던 ‘이상한(?)’ 연기학원에 등록한 후 공연의 재미를 알게 됐다. ‘배우’는 사람을 울릴 수도, 웃길 수도 있는 ‘감정의 소통’을 하는 귀중한 직업이라는 것도 배웠다. 대학에 진학하며 여러 작품을 거치고, 비로소 ‘평생 연기 해야 할 것 같다’는 직감을 했다고.
“연기하는 게 김정현이 뻔해지지 않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 연기를 하면, 김정현이란 사람이 굳어있지 않고, 유연하면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단 믿음, 어떤 상황이 되어도, 어떤 관계에 있어서도 풍요로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믿음. 지금도 그건 계속 있다. 저의 목표는 관객과 기억이 허락하는 한 연기를 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되어도 이 마음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예종 출신으로 동기, 선배, 후배들이 스타들이 되는 걸 보면서도 김정현은 초조하지 않았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작품을 가리지 않고 경험을 쌓아갔다. 조바심이 생길수록 억누르며 때를 기다렸다. 김정현은 이에 “‘한칼’이고, 그 ‘한칼’은 언제든 온다”고 말했다. 더 갈고 닦되, 기회가 오면 제대로 잡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조용히 자신의 칼날을 갈았다.
↑ 사진제공=오앤엔터테인먼트 |
“변요한 형이 독립영화를 찍으면서 기회가 닿아 스타가 됐다. 저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주변에서도 ‘마흔까지는 보고 해라’라고 조언을 해줬다. 학교 동기들이 잘 되는 걸 보면서 초조하기보다 ‘한 번의 기회는 누구한테든 오는 구나’라는 걸 확신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그 ‘한칼’이 제게는 초인이었고, 결과가 좋았다. 다른 분들이 ‘기다리면 때가 온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제야 그 말이 실감이 난다.”
한예종에 입학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크고 작은 무대에 서다가 영화를 찍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TV에 진출했다. 큰 굴곡 없이 순탄하게 걸어온 것 같지만, 김정현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자신의 갈고 닦은 칼을 내보일 곳이 없어 절망하기도 했고, 닿지 않는 기회에 좌절할 때도 많았다. 김정현은 과거를 돌아보며 “벼랑 끝의 ‘갱신’이었다”고 회상했다.
“이게 끝인 줄 알았는데 또 ‘벼랑’이 찾아왔다. 그래서 저 스스로를 내모는 시간이 많았다. 갈고 닦았지만 확인 받을 곳도, 펼칠 곳도 없었다. 학교 수업할 때가 유일했다. 공연을 하기 전엔 ‘내가 레벨업 하겠지’ ‘다음 작품이 들어오겠지’ 기대감이 있지만, 끝나고 나면 허망함이 밀려왔다. 하루아침에 내 삶이 녹아있던 것을 빼내야 한다는 게, 내일부터 할 일이 없다는 게 힘들었다. 어떤 지향점을 두고 가야 하나 고통스러웠다. 한 단계 나아가겠지 싶었는데 한 걸음 뒤로 물러난 기분이 반복됐다.”
↑ 사진제공=오앤엔터테인먼트 |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김정현을 날카롭게 벼리게 만들었고, 더욱 한 방을 확실하게 잡도록 만들어줬다. 김정현은 “다들 칼 한자루 씩 품고 있으면서 기다리는 것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런 공허함과 싸우면서, 혹시 내게 다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과 싸우면서 모두 그 칼을 부여잡고 있는 거라고 말이다. 김정현은 “그 시간을 잘 보내는 연습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김정현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숨을 참고, 칼을 벼리며 기다려왔던 해수면이다. ‘숨죽여 있는 시간’을 통해 그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나름의 소신을 가지게 됐고, 그 소신을 작품 속에 녹여내는 뚝심 있는 배우가 됐다. 그런 김정현의 최종 목표는 어떤 걸까. 그의 다음 행보가 벌써 궁금해진다.
“저는 제가 했던 이야기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관객을 만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타성에 젖어 연기를 하거나 작품을 대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걸 생각하고, 인물에 대한 집중과 노력을 놓치지 않는 배우 말이다. 항상 관객들과 만날 때 최선을 다 하고, 관객과의 소통에서 진실된 배우가 되고 싶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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