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것 같다고요? 저 아직도 대중교통 타고 다녀요.”
tvN 드라마 ‘혼술남녀’ 속 각종 성대모사의 달인이었던 민진웅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서일까, 아니면 극중 배역의 이름이 배우의 이름과 같아서였을까. 극중 민진웅처럼 까불거리며 코믹한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민진웅과의 인터뷰는 의외성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만나본 민진웅은 생각보다 더 차분했고, 또 진지했으며, 또 소탈했다.
민진웅은 ‘혼술남녀’ 속 민진웅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아픔을 웃음으로써 감추고, 혼자 쓸어내리는 강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외유내강인 민진웅이었기에, 비록 코믹연기를 주로 선보였지만, 그 스스로 코믹한 이미지에 갇힐까 하는 걱정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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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화이브라더스 |
“‘혼술남녀’ 속 민진웅은 정말 멋지고 강한 인물이에요. 남들을 위해 자신의 아픔을 감출 뿐 아니라, 성대모사와 화술로 주위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어주죠. 인간 민진웅도 민진웅과 똑같을 것 같다고요? 안타깝게도 저는 ‘웃기는 재능’과 거리가 멀어요. 물론 저 역시 유쾌한 분위기 속 웃고 떠드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것이 쉬운 건 아니잖아요. 만약 제가 웃겨 보였다면 모두 작가님 덕분이에요. 상황에 맞게 대본을 잘 써주시고, 적절한 타이밍에서 성대모사를 넣어주셔서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죠. 저는 그저 대본을 믿고 했을 뿐이에요.(웃음)”
민진웅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연관검색어가 있다. 바로 성대모사였다. 민진웅이 연기했던 민진웅은 노량진 공무원 학원 행정학 강사로, 학생들에게 인기 끌기 위해 매일 다른 성대모사를 연구해오지만, 어설픈 실력과 지나친 성대모사 남발로 역효과를 이끌어 내는 인물. 덕분에 배우 민진웅은 연기 뿐 아니라, 그 외적으로 다양한 성대모사까지 연습해야 했다.
“제 목표는 민진웅이 하는 성대모사를 엄청 보급형으로 만드는 것이었어요. 누가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성대모사. 완전히 똑같이 성대모사를 하기 보다는, 될 수 있도록 빨리 모두가 알아챌 수 있도록 포인트를 집어내는 것이 더 중요했죠. 그래서 성대모사를 하는 대상자 뿐 아니라, 그들을 성대모사 했던 이들의 동영상까지 돌려봤어요.”
평소 성대모사를 시도해 본 적도 없었던 민진웅은 ‘혼술남녀’을 통해 그야말로 ‘원 없이’ 성대모사를 선보였다. 심지어 민진웅은 연예계 소문난 ‘성대모사의 신’ 개그맨 정성호와 성대모사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정성호 선배님을 만났을 때 든 생각은 ‘진짜가 나타났다’였어요. 그리고 뭐랄까, 동영상으로만 봤던 인터넷강사를 직접 눈으로 뵙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실제 성대모사를 연습하면서 정성호 선배님 영상을 보고 많이 따라했거든요. 실제로 성대모사 대결을 했는데, 클라스의 차이는 무시 못 하겠더라고요. 실제 골리앗을 봤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기도 했고요. 사실 방송에 나간 것은 정성호 선배님이 선보이신 성대모사의 1/3도 안 나간 거였어요. 대본까지는 어떻게 이끌고 가겠는데, 감독님께서 컷을 안 하시는 거예요.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죠. 심지어 정성호 선배님께서 애드립까지 막 하시는데, 결국에는 감독님께 ‘제발 컷 좀 해주세요’라고 애원할 정도였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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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웅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성대모사로 서경석이 광고에서 선보였던 공무원 시험 학원의 로고송을 따라한 것을 꼽았다. 로고송 안에 자신의 이름을 계속 부르다보니 자신을 홍보하는 것만 같은 ‘민망함’이 뒤따라 왔던 것이다.
“제 입으로 제 이름을 말해야 하는데 정말 부담스럽더라고요. ‘공무원 시험합격에는 민진웅’이라면서 민진웅, 민진웅 하는데 보시는 분들이 홍보성이라고 느낄 실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웃음)”
극중 민진웅의 별명은 ‘10시의 신데렐라’였다. 10시 알람만 울리면 마시던 술도 내려놓고 아내 핑계를 내며 집으로 귀가하기 때문이었다. 실제 민진웅도 극중 민진웅처럼 시간이 되면 술자리에서 일어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민진웅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웬만하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만약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기본 이상은 하고 나가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불편해도 술자리에 있는 이유가 있잖아요. 민진웅처럼 굳이 시간을 정해놓고 칼 같이 나가지는 않아요. 실제로 그럴 수도 없고요.”
인간 민진웅과 ‘혼술남녀’ 속 민진웅은 이름은 같지만 실제로 닮은 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제 만나본 민진웅은 유쾌함 보다는 진중한 ‘바른생활사나이’에 더 가까워보였다.
“예전에 공연 때 제 본명을 쓰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거절했었어요. 부담스러워서. 어쩌다 보니 ‘혼술남녀’에서는 제 본명을 쓰게 됐는데, 장단점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먼저 장점은 제 이름이나 얼굴을 확실히 알리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고, 단점은 처음 저를 알린 작품이 본명이다 보니 다음 작품에서도 ‘혼술남녀’ 속 민진웅과 동일시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주위에서 ‘코믹한 이미지로 굳혀지면 어떻게 하냐’고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결국 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확실한 것은 ‘혼술남녀’에서 본명을 사용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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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화이브라더스 |
SBS 드라마 ‘용팔이’에서 태현(주원 분)의 경호원 역으로 브라운관에 신고식을 치른 민진웅은 그 후로 1년 뒤 ‘혼술남녀’를 통해 대중에게 확실히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는데 성공했다. ‘혼술남녀’에 출연한 이후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민진웅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아직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답한다.
“온라인상에서 반응이 좋아서 감사하기는 한데, 오프라인에서는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드라마 상에서는 깔끔하게 다니는데, 실제로는 꾸미지 않고 프리하게 다녀서 그런지 길거리에 마스크 없이 다녀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없더라고요. 종방연 끝나고 난 뒤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하는데, 역시 편하게 갔아요. 아마 느낌이 ‘어???’까지 되는데 ‘누구지?’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가끔 깔끔하게 입고 나간 날은 ‘혼술남녀다’까지는 나오는데, 역시 ‘누구지?’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웃음)”
알아봐주지 않아서 내심 섭섭하겠다고 말을 했더니 민진웅은 도리어 “오히려 더 편하다”고 말했다.
“누군가 저를 알아봐 주실 때마다 저 스스로 좀 불편한 것이 생기더라고요. 제 삶에서 누렸던 것을 배우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알아봐 주길 위해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니, 몰라보셔도 전 괜찮습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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