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저를 한 단어로 정의를 내린다면…아메리카노 같은 남자라고나 할까요. 이유요? 제가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거든요. 하하.”
배우 지수는 실제로 아메리카노와 같은 남자였다. 그 스스로 ‘아메리카노 같은 남자’라고 정의를 내려서이기도 했지만, 씁쓸한 맛 뒤 다양한 맛을 남기는 아메리카노와 같이 투박하고 씁쓸해 보이는 모습 뒤 의외로 솔직하고 귀여운 매력도 숨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MBC 드라마 ‘앵그리맘’에서 센 척하지만 알고 보면 외롭고 겁 많은 명성고 일진 고복동으로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은 지수는 ‘발칙하게 고고’ ‘페이지러너’ ‘닥터스’ 등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렸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얻은 대표적인 이미지가 있다면, 하나는 ‘연하남’이며 또 하나는 반항아 같은 얼굴 뒤 숨어있는 자상하고 부드러운 모습일 것이다.
↑ 사진제공=프레인TPC |
그랬던 지수가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달의 연인’)를 통해 완전히 달라졌다. ‘달의 연인’에서 사랑만 받고 자란 14황자 왕정으로 분한 것이다. 왕정이 된 지수는 애교 많은 막내의 모습에서부터 해수(아이유 분)를 향한 순애보까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매력을 발산하며 수많은 여심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달의 연인’은 지수에게 있어 여러 가지 의미로 ‘도전’과 같았다. 퓨전사극이는 하지만, 데뷔 후 처음 선보이는 사극연기이자 처음 경험해보는 사전제작이었던 것이다. 왕정이라는 인물 또한 그전에 그가 연기해 왔던 캐릭터와는 성격이 달랐다. 무엇이든 ‘처음’은 설렘과 낯섦, 그리고 완벽하게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곤 한다. 이는 지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달의 연인’은 제게 재미있는 작업이자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퓨전사극이기는 했지만 말도 타기도 했죠. 어려웠던 점도 있고,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이번 촬영을 밑거름으로 다음에는 저 준비를 잘 해서 정통사극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달의 연인’을 연기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한 지수에게 어떤 부분이 특히나 아쉬웠는지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지수는 “촬영 장소들이 너무 멀어서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름다운 장소에서 촬영하는 것은 좋았지만, 각 장소들 간의 거리가 너무 멀다보니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있었어요. 한 씬을 찍기 위해 이동하는데 최소 3시간이 걸렸을 정도니…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지치는 부분이 있었죠. 그리고 가발을 쓰는 부분이나, 분장, 의상들이 처음 신기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어색하고 불편했던 것도 컸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같은 어려움과 힘듦이 이내 적응이 되더라는 거예요.”
↑ 사진제공=프레인TPC |
편집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왕정이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전부 다 다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물론 제한된 시간 속 풀어야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왕정을 연기한 배우의 입장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12부쯤에 사실은 왕정이 해수에게 ‘이제 누이라고도 안 해’라면서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연기는 했지만, 본 방송에서는 이 장면이 편집됐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대사가 좋은데, 어떤 이들에게는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제가 봤을 때 이 대사는 왕정이라는 인물이 성장했다는 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사이자, 해수를 향한 왕정의 마음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 시놉시스에도 이 대사가 제일 처음에 나올 정도로, 왕정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꼭 필요했던 장면이라고 생각을 했는데…아쉽기는 하지만 시간과 스토리의 흐름 상 편집이 된 것이다보니 어쩌겠어요.그 외에도 자잘하게 편집된 부분도 많은데, 워낙에 인물들이 많다보니 이해는 해요.”
사극을 연기함에 있어 어려움은 없었을까. 연기적인 어려움에 대해 물었더니 지수는 “연기는 언제나 어렵고 아쉬운 것”이라고 말했다.
“사극 연기라고 특별히 어렵거나 힘들었던 점은 없어요. 연기는 다 똑같이 어려운 거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달의 연인’을 하면서 감독님으로부터 디렉션을 받은 것 중 하나가 사극이 아닌 현대극, 그리고 지금보다 더 어리고 높게, 과장해서 왕정을 연기하라는 것이었어요. 아무래도 초반에는 왕은(백현 분)과 함께 코믹을 담당했던 것도 있고, 막내이기도 했으며, 후에 변화에 대한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 더 어리게 갔던 것도 있었죠. 그런데 남들은 이상했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저희 엄마가 제 연기를 보시고 ‘왜 너는 사극말투를 안 쓰니. 뭔가 이상한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엄마의 말을 듣고 나니 ‘제3자의 입장에서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극중 왕정은 그 누구보다 애교가 많은 막내이기도 했다. 실제 조용하고 침착해보이는 지수와는 다른 모습이기도 했다. 드라마 속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리는 지수에게 실제로 부모님께 애교가 있는 성격이었냐고 물어보았더니 “상상 그 이상”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실제로도 집에서 막내다 보니 부모님께 애교를 많이 부려요. ‘달의 연인’에서 보여주는 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까요.(웃음) 매일 영혼을 100% 담아 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극중 왕정은 왕소(이준기 분)를 마음에 품은 채 떠난 해수를 보듬어 주고 지극정성으로 강호하면서 극진한 순애보를 보여주었다. 심지어 해수의 유언에 따라 그녀의 딸을 왕궁에 보내지 않고, 자신의 친 딸처럼 아끼고 보호하면서 키웠던 왕정이었다. 이 같은 왕정의 사랑에 대해 지수는 “가질 수 없는 사랑에게 마음이 가듯이 왕정에게 해수는 잊을 수 없는 첫사랑 같은 존재였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성격에 무예를 좋아하던 단순했던 왕정이었던 만큼 해수를 만나기 전까지 다른 여자를 만나거나 호감을 느꼈을 일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사랑인지 정인지 모르게 시작했다가 후에 사랑임을 깨닫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왕정의 감정을 표현해 나갔죠. 감정선이 세밀하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 사람들은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요.(웃음)”
실제로 지수가 왕정이었다면 해수에게 어떻게 다가갔을까. 이에 대해 지수는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라면 숨기지 않고 제 마음을, 사랑을 고백했을 것 같아요. 정확하게 마음을 표현하고, 아니면 보내줘야죠. 그리고 왕소가 해수에 대한 마음을 오해하기 전, 사람을 써서라도 왕소나 해수에게 모두 다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수는 ‘달의 연인’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운 것으로 인내를 꼽았다. 사전제작인 ‘달의 연인’은 캐스팅에서부터 촬영, 그리고 실제로 방영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배우들 역시 편집이 완료된 완성작을 보기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배운 것은 다른 배우들과 함께 촬영을 하면서 얻게 된 연기에 대한 자세였다.
“배우들 각각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다 달랐어요.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장점들을 배우게 되고, 이를 통해 저를 다시금 점검하게 됐죠.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배우들끼리의 화합이 좋았다는 거였어요. 아무래도 또래들이 많다보니 다 같이 챙겨주고 도와주면서 재미있게 촬영을 했죠. 준기형부터 시작해서 누구라고 꼽을 것 없이 다들 팀워크가 좋았어요. 촬영장 분위기가 좋으니 바람만 불어도 다들 꺄르륵 웃고 그랬다니까요. 하하.”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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