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근육병으로 인해 휠체어에 꼼짝없이 앉아있어야 하는 임재신 씨는, 어쩌면 자신에게 온전하게 남은 신체 부위인 눈을 이동우에게 기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현재 현대의학으로는 그의 눈을 기증하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그가 결심한 그 마음 자체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다.
“물론 처음에 (재신이에게)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깜짝 놀라더라고요. 전 세계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전 세계적으로 안구 이식이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죠. 드라마나 영화에서 눈 이식하는 장면을 많이 봐서 가능한 것처럼 생각을 하시거든요. 지금 여러 임상을 진행하고 있고, 그래서 실명은 어지 않아 세계적으로 퇴치되지 않을까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 사실을 재신이에게도 알렸죠. 조금은 허탈해하더라고요.”
임재신 씨는 근육병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밝은 모습을 가졌다. ‘시소’ 언론시사회 당일 임재신은 자신의 유머를 발산하며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동우가 본 임재신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재신이가 가지고 있는 유머가 놀라워요. 사람이 먹고 살만할 때, 그때 자연스럽게 웃음이나오죠. 그리고 사람들과 웃으며 수다를 떨어요. 근데 당장 몸이 아프거나 괴로우면 ‘개그콘서트’를 봐도 못 웃잖아요. 근데 어떻게 남을 웃겨줄 수 있겠어요. 그렇게 따지면 재신이는 영웅 기질이 있는 거예요.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는 놀라운 남자죠. 상황이 절박하고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아픔이 있어요. 그게 24시간 지속되는 친구에요. 나아진다는 이야기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긍정의 힘을 주고 웃긴다는 건 굉장한 영웅적 기질인 것 같아요. 정말 놀라운 거예요. 우리가 히어로 무비에서 그 주인공에 열광하는 포인트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유머를 날리기 때문인데, 보통은 그러지 못하죠. 놀라워요.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아요.”
임재신 씨가 이동우에게 자신의 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건 다른 사람들과는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부분이나 다름없었다. 몸에서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였던 눈을 내놓겠다는 건 자신의 모든 것을 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의미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마음은 현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전혀 상반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시소’의 의미를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요즘 뉴스만큼 재미있는 게 어디있어요. ‘시소’를 봐주시고, 감상을 전해주실 때 그 대비되는 느낌을 이야기 해주시더라고요. 나는 이건 임재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임재신과 대비되는 세상에 산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그의 등장이 감동적이라고 했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등장하는 악역 분들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요. 물론 좋은 사람은 아닌데, 저는 거기서 한걸음 더 들어가서 그 사람을 보죠. 나쁜 사람이기 이전에 이 사람이 나빠지기 이전에 어떤 사람이었냐는 거예요. 나쁜 사람 이전에 아픈 사람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픔을 치유하지 않고 그 상처를 잘 치유하지 않으면 이 상처를 곪게 되죠. 그리고 그 통증은 심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 통증이 심해지면 사람이 화가 나고, 주변인들에게 짜증을 내게 되는 거고요. 나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에요.”
“그런데 우리 모두가 그렇거든요. 그러다보니 사람과의 관계에서 쉽게 분노와 분노가 만나는 거죠. 한 시간 동안 웃고 떠들면서 잘 통하다가도 작은 말 실수 하나로 멱살을 잡아요. 그런 감정이나 기분을 가지고 있죠. 쉽게 분노와 분노가 만나다보니 사고가 나는 거고요. 그 둘 중 힘 센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짓밟는 거예요. 그 상황을 보고 나쁘다고 하는 거지만, 사실은 굉장히 아팠던 사람이거든요. 처단하기 이전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야 해요. 특정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신 또한 안타까운 상처와 아픔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하는 거죠. 저도 언젠가는 그런 모습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픔에 대한 아픔으로 시작하는 영화인데,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슬퍼서 흘리지는 않아요. 영화를 보면서 불쾌한 감정이 왜 전혀 없냐 하는 건 재신이와 내가 상처와 아픔을 고백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에요. 그거 하나만으로 우리 앞에서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 거죠.”
‘시소’를 통해 친구가 된 이동우와 임재신. 여행을 통해 한층 더 가까워진 두 사람이 앞으로 또 어떤 인연으로 발전할지 궁금해졌다.
“재신이를 친구로 뒀다는 사실 만으로도 참 나는 행복한 남자예요. 세상 사람들이 저를 무척 부러워 할 걸요?(웃음) 근데 그걸로 끝나서는 안 돼요. 제가 다짐하게 되는 건, 저도 누군가에게는 임재신이 돼야 하고, 되고 싶다는 거예요. 아마 개인적으로는, 제 삶이 끝날 때까지 저를 계속해서 성장시켜주는 그런 훌륭한 책이 될 것 같고요.”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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