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특별한 날에 단골 손님인 케이크(Cake)처럼, 평범한 날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소란표 케이크가 도착했다.
최근 소란은 정규 3집 앨범 ‘케이크’를 발표했다. 물론 홍대신에서 소란만큼 바쁜 아티스트를 찾기 어려울 만큼 페스티벌, 공연, 콜라보레이션, 드라마 OST 참여 등 다양한 작업물을 내놓았지만 정규 앨범으로는 3년이다.
“밴드에게 3집이 나온다는 건 느낌이 다르더라. 그 사이에 EP도 있고 디지털 싱글고 내고 있었지만 좀 더 완성도가 있는 음악들 만들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소감이 남다르긴 하다. 정규 3집이라서 보람도 있었고 기쁘다.”(편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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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해피로봇 제공 |
“3년 내내 작업을 한 게 아니라 굉장히 바빴다. 1년에 콘서트를 3번씩 하고. 그래서 그런지 정규 앨범을 힘들더라. 저희가 1집, 2집을 냈을 때랑은 세월이 달라졌다. 당시엔 정규 앨범을 내는 게 당연했는데 싱글 시대가 되니까 마음의 부담도 있고 타이틀곡 외의 곡은 묻힐까봐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회사에선 5곡씩 나눠서 내자고도 했는데 저희가 고집을 부렸다. 다행히 저희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이번 앨범에 있는 곡을 고루 아껴주는 게 느껴져 완전 보람을 느낀다. 정규 앨범을 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영배)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케이크’. 달달한 분위기의 곡이 많은 소란에게 딱 어울리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앨범 디자인도 달달하면서도 선물의 느낌이 고스란히 담을 수 있게 신경을 썼다.
“1집부터 앨범 타이틀을 한 단어로 만들었다. 정해 놓은 건 아니었지만 한 단어면 된다고 생각을 했다. 고민을 하던 중 태욱이 생일이 지난지 얼마 안됐는데 유일이가 ‘케이크’를 추천했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머리 속에 구상하고 있던 디자인이 관통했다. 케이크라고 하면 특별한 날 먹는 것이기도 하고 달콤한 느낌도 잘 맞아 떨어졌다.”(고영배)
소란이 그동안 해왔던 대로 이번 앨범 역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곡들이 대거 수록됐다. 짝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100% 공감 할 수 있는 타이틀곡 ‘나만 알고 싶다’를 비롯해 민간인 사찰을 한 게 아닐까 싶은 가사가 돋보이는 ‘시험기간 책상정리’, 따듯한 가사와 소란의 연주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썬샤인’(Sunshine), 소란의 곡들은 대부분 보컬인 고영배 손에서 탄생하는 가운데 기타리스트 이태욱이 처음 참여한 ‘잠들때까지’ 등 들어봐야 할 곡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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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곡은 자장가 같은 노래다. 제 노래를 듣고 잠이 잘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효과가 있구나 싶었다. 그걸 녹음할 때 제대로 느꼈다. 실제로 멤버들이 다 자고 있었다. 이번 작업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곡 작업을 이렇게 해보고 나니까 앞으로 여러 곡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이태욱)
“이번 앨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진심과 공감이다. 그동안은 제가 보여지고 싶은 모습을 쓰기도 하고 주제나 주제나 내용이 아닌 히트 요소들을 넣기도 했다. 이번엔 솔직하게 진심을 담는 걸 신경 썼고 ‘우리, 여행’은 그걸 결정한 노래다. 슬픈 노래는 아니지만 부를 때마다 뭉클하고 울컥하다. 토이나 김동률, 이승환 등 90년대 가요에 영향을 받아서 기승전결이 있는 스타일인데 '꽃보다 할배‘를 보고 만들었다. 어디를 여행 가던 너랑 함께 간다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내용인데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이기도 하고 팬들과 함께 간다는 의미도 있다. 이 노래를 좋아해서 다 쓰고 공연에서 들려줬었다. 팬들도 나오길 기대했던 노래다.”(고영배)
앨범에 대한 댓글은 다 찾아본다는 소란은 ‘전곡이 타이틀곡감’이라는 반응에 고마워했다. 타이틀곡인 ‘나만 알고 싶다’처럼 나만 알고 싶었던 밴드에서 이제 보내줘야겠다는 팬들의 장난기 넘치는 댓글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은 공연 강자인 소란이기 때문에 받을 수밖에 없었던 라이브와의 비교다.
“저희 팀의 매력은 공연에 있다. 팬들은 숨겨왔던 실력을 라이브에서 토해낸다고도 한다.(웃음) 지금까지 소란이 냈던 음원은 별로였고 라이브가 훨씬 좋았는데 이번 앨범은 음원이 라이브만큼 좋다고 하더라. 그동안 음원이 라이브를 못 따라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이 평가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페스티벌의 강자이기도 하지만 소란은 여성 팬들이 많은 밴드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여성 취향을 제대로 건들리는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가사가 소란의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여성 심리를 잘 아는 것 같다는 말에 멤버들은 “영배형은 섬세하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걸 좋아한다. 배려심이 많고 다정하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멤버들의 칭찬에 고영배는 “제가 그런 사람”며 깨알같은 자랑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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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을 저격하기 위해 연구하고 관찰하는 건 아니다. 그런 밴드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냥 제가 쓰고 싶은 곡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나왔다. 남성팬을 공략할 마음은 전혀 없다.(웃음) 저절로 늘어났다. 원래 공연에 남녀 성비 편차가 심했는데연인과 함께 왔다가 영업이 되신건지 요즘은 공연에 혼자 오시는 분들도 있더라. 그래서 봄 장기 소극장 공연에선 남성 분들을 위한 걸 준비하기도 했다.”(고영배)
이러한 특징들이 모아져 소란의 음악은 ‘소란스럽다’고도 말한다. 자기 색을 찾아야 하는 밴드에게 이만한 찬사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란이 스스로 생각하는 소란스러운 음악은 무엇일까. 이번 앨범에 그 정답이 들어있다. 따뜻하고 공감되고 듣기만 해도 웃음이 지어지는 소란표 케이크가 이렇게 찾아왔다.
“그걸 계속 찾고 있다.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들으시는 분들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듣기 편하고 따뜻하고 다정한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닐까. 1, 2집까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