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궂은 MC들과 스타들의 예측 불허 입담으로 장수 인기 토크쇼로 자리 잡은 MBC ‘라디오스타’가 무려 500회를 맞았다.
지난 2007년 5월 ‘무릎팍 도사’의 형제 프로그램으로 ‘황금어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라디오스타’는 기존 토크쇼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신선한 포맷으로 시작과 동시에 큰 관심을 받았다. 독설과 돌직구, 위트와 솔직함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진행으로 매 회 게스트 군단을 들었다 놨다 해온 4MC(김국진 김구라 윤종신 신정환→규현)들. 악명 높은 MC 군단과 나날이 진화하는 게스트들의 솔직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발언들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눈물과 감동을, 그리고 때로는 ‘무리수’로 시청자를 당혹시켰다.
오는 9일 500회를 맞는 ‘라디오 스타’의 다사다난했던 역사 가운데서도 시청자를 당황시켰던, MC 혹은 스타들의 ‘무리수’ 발언들을 모아봤다.
우리나라 최고의 ‘예능 천재’에서 한순간 일탈로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신정환. 현재 연예 활동을 접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그이지만 그의 강렬한 존재감은 여전하다.
‘라디오 스타’의 원조 MC로 맹활약했던 신정환은 퇴장 역시 남달랐다. 특히 필리핀에서 체류 상태로 방송 펑크를 낸 상황에서 그의 출연분은 최소한만 방영됐음에도 불구, 무리수 편집으로 논란이 됐다.
신정환이 필리핀으로 떠나기 전 녹화한 방송에서 제작진은 여론상 신정환 녹화분을 일부 편집했지만 워낙 등장한 부분이 많아 상당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전파를 탔다. 신정환은 당시 게스트인 조영남과 DJ DOC를 향해 평소와 다름없이 거침없이 질문을 쏟아냈는데, 이중 일부 멘트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바로 화투 드립.
그는 화투를 응용해 그림을 그리는 조영남에게 “화투 때문에 친해졌다”며 “최근 골동품 수집을 하던 도중 70년 된 종이 화투를 발견해서 작품 활동에 쓰시라고 조영남에게 선물했다”고 친분의 계기를 설명했다. 이 외에도 ‘화투’를 이용한 말장난이 전파를 탔다.
물론 내용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당시 신정환이 처한 상황을 감안하며 적절치 못한 타이밍이었던 것. 방송 후 시청자들은 “도박 이미지를 칩사마로 캐릭터화 하더니, 화투 얘기를 거침없이 꺼내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다” “이건 편집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화투 부분이라도 걷어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상황에 적절치 못한 드립” 등 지적이 쏟아졌다.
이후 신정환은 해외 도박 혐의에 뎅기열 조작 논란 등에 휩싸이며 방송계를 떠났다.
앞의 사례가 제작진의 편집 무리수였다면, 게스트 군단의 예상 외 반응도 있다. 바로 걸그룹 ‘카라’의 눈물이다.
당시 방송에는 가수 박진영과 카라가 출연, 특히 오랜만에 국내 앨범을 발매하고 컴백한 카라 멤버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구하라는 열애설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MC들의 표적이 됐다. 통상 민감한 사안이긴 하지만, 이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준비를 하고 나오는 게스트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예상 가능한 전개였다.
2011년 있었던 카라와 소속사 간의 다툼부터 연애돌이라는 별칭까지 구하라를 향해 질문이 쏟아진 건 사실이지만, 구하라는 음료수를 던지며 귀여운 분노를 표현하다 급기야 눈물을 흘렸다.
MC들은 순식간이 돌이 돼버렸고, 센 멘트가 구하라의 심적 부담감을 극도로 자극한 듯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막내 멤버인 강지영은 애교를 보여달라는 MC들의 요청에 눈물을 흘렸다. MC들은 일본 내 카라의 인기에 대해 언급하며 소문난 강지영의 애교를 칭찬했고, 한 번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강지영은 이에 “애교가 없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카라’의 예상치 못한 눈물에 안절부절 못하는 MC들의 모습이 신선한 웃음 포인트가 되긴 했지만, 방송 이후 카라의 눈물에 대해서는 다소 오바된 반응이 아니었냐는 시청자 평이 쏟아졌다.
#3. 사랑에 눈 먼 나비의 불편했던 좌약 발언
갸우뚱함을 넘어 불편함을 자아낸 게스트도 있었다. 개그맨 장동민과 공개 열애 중인 가수 나비의 경우다.
나비가 ‘라디오스타’에서 장동민과의 ‘좌약’ 에피소드를 공개한 이후 온라인은 뜨거웠다. 재미있었다는 반응 보다는 대부분 ‘불편했다’는 의견이었다.
당시 ‘옹달샘에 빠진 나비’ 특집으로 나비와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가 출연했다. 장동민과 나비는 공식 열애 인정 후 달달한 러브스토리를 공개했는데 한가지 에피소드가 문제가 됐다.
나비는 “장동민이 건강이 좋지 않아 좌약을 넣어야 했다”며 “그게 잘 안 들어가서 (제가) 대신 넣어주기도 했다”고 말해 모두를 경악케 했다.
당시 방송에 앞서 장동민이 이혼가정 비하 논란까지 휩싸인 상태여서 이들에 대한 불편함은 상당했다.
MC들의 짓궂음이 비매너로 번진 사례도 잇다. 게스트로 출연한 송창의에게 그의 전 연인이 리사 질문으로 도배한 경우다.
김구라는 당시 게스트로 출연한 송창의에게 “리사는 아버지가 외교관이고 얼굴도 예쁘고 재주도 많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펙을 가져 지켜보고 있었는데 송창의와 사귄다더라”며 두 사람의 결별 이유를 물었다.
당황한 송창의는 “좋게 헤어졌다”고 짦막하게 답했지만 이후에도 MC들은 리사에 관련된 질문을 수없이 했다.
방송 후 리사는 이미 헤어진 연인의 방송분에 자신이 무차별하게 거론된 데 불편한 심경을 표했다. 트위터를 통해 “잘 지내고 있는데. 왜 그러세요. 저한텐 웃기지 않아요”라는 글을 남긴 것.
결국 ‘라디오스타’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은, 이미 헤어진 연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우리 프로그램이 실수를 했다”며 “당사자인 리사 씨의 마음이 어떨지 배려하고 조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를 해야 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았데, 과한 욕심이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은 경우도 있다. 바로 젝스키스 강성훈의 누드사진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더니 ‘성난 엉덩이’라는 자막까지 넣은 사례다.
최근 방송된 ‘Oh~LOVE~ 젝키 사랑해’ 특집에는 오랜 만에 재결합한 (고지용을 제외한)젝스키스 멤버들이 출연했다. 이들은 해체 당시 심경부터 재결합해 YG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기까지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멤버들의 솔직한 입담에 라스 특유의 유머가 적절히 곁들여지면서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방송 내내 즐겁고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막바지 한 장면이 문제가 됐다.
MC 김구라는 대뜸 “강성훈이 젝스키스 멤버 중 유일하게 누드사진을 찍었다”며 크게 인쇄된 한 장의 사진을 꺼내들었다. 신전을 연상케 하는 건축물에서 강성훈이 알몸으로 엎드려 있는 사진이었다.
은지원 이재진 장수원 김재덕 등 멤버들은 놀란 눈으로 쳐다봤고, 강성훈은 “결국 깠네 이걸”이라며 테이블에 얼굴을 묻었다. 사전논의는 했으나 공개 여부가 결정되진 않은 상태였던 것.
강성훈은 “2002년 솔로 앨범을 냈던 시기에 김중만 작가가 ‘이 배경에서 꼭 누드 컷을 찍어보고 싶다’고 요청해 촬영에 응했던 것”이라며 “개인 소장용이라고 약속했는데 (김 작가가) 공개해버리셨다”고 민망해했다.
제작진은 한 발 더 나갔다. 김구라가 사진에 낙서를 하며 조롱하는 장면을 클로즈업한 뒤 ‘힙업의 상징’ ‘성난 엉덩이’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CG로 화살표까지 그려 넣었다. 성별이 바뀌었다면 문제가 됐을, 명백한 성희롱이였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출연자들의 겉핥기식 토크가 아닌 화제성과 깊이, 후련함까지 모두 끌어내려다 보니 앞서 소개한 상황들이 벌어진 것.
일종의 ‘모험’으로 시작된 ‘라디오스타’였지만 이젠 MBC 간판 예능인 ‘무한도전’ 못지 않은 파워 콘텐츠로 성장한
한편, 9일 방송되는 500회 특집에는 MC로 활약했던 슈퍼주니어 김희철과 유세윤, 강호동과 ‘무릎팍도사’를 책임졌던 이수근, 올라이즈밴드가 출연한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