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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요? 어릴 땐 무슨 고민이 그리도 많고 매사에 진지했던지….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 속에서 혼자 꽁꽁 싸매고 조용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지금이요? 정말 많이 달라졌죠.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고 또 그 안에서 배우고요. 예전엔 제가 왜 그랬을까요? 이제야 열심히 세상 밖으로 나오는 중입니다. 하하!”
요즘 들어 유독 열일 중인 배우, 강동원이 돌아온다. 사형수, 간첩, 무사, 초능력자, 도사, 사제 등 매 작품마다 예측 불허의 캐릭터로 과감함의 끝을 보여준 그가 이번엔 13세 소년, 하지만 몸은 어른이 돼버린 ‘어른 아이’ 성민으로 또 한 번 변신했다.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영화 ‘가려지 시간’은 판타지라는 범주 안에 넣을 수밖에 없는, 명확한 설명이 불가한 독특한 영화다. 우연히 멈춰진 세계를 마주한 채 어른이 돼버린 소년 성민(강동원 분)과 그런 성민을 알아보고 믿어주는 단 한 명의 소녀, 수린(신은수 분)의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쉴 틈 없는 일정에 지칠 만도 한데, 오히려 이전보다 더 또렷한 눈빛에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신예 감독, 신예 아역 그리고 판타지. 이번에도 역시 모험이네요”라고 인사를 건네니, “흥미롭잖아요. 이런 독특하고 신선한 작업에 동참했다는 게 오히려 감사하죠”라며 웃었다.
그는 “멈춘 세계를 구현한다는 게 재미있었고,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작업이라 궁금했다”며 “작은 부분이라도 내가 기여할 게 있다면 기꺼이 돕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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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같은 독특한 콘셉트,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처음엔 ‘헛웃음’이 나왔다고. 하지만 이내 궁금해졌고, 흥미로우면서도 아련했단다. “내 나이에 이런 캐릭터가 어울릴 지 스스로 의문이 들었지만, 엄태화 감독님의 뚝심, 새로운 도전에 대한 호기심으로 결국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출연키로 약속은 했는데…어떻게 연기해야 할 지 처음엔 막막했죠. 배우가 캐릭터에 빠져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니까.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그들이 받아들이고 캐릭터와 교감하도록 연기하고 싶었어요. 소년의 순수함과 더불어 극적 긴장감을 위해 어른 성민과 아이 성민 사이에 어떤 혼동도 일으키고 싶었고요. 섬세한 작업들이 필요했어요.”
이 낯선 캐릭터를, 강동원은 자신만의 해석과 내공으로 점차 형상화 해갔다. 수 십 번 되풀이 된 감독과의 토론, 치열한 고민과 연구 끝에 ‘강동원표 어른 아이’가 완성된 것.
시사회 이후 그에 대한 관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본인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단다. 처음 완성본을 본 소감을 물으니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상상했던 모습과 일치하는 지점들이 굉장히 많더라”라며 기분 좋게 웃었다.
“편집 본을 먼저 봤는데 예상 보다 더 좋았어요. 판타지의 세계가 그려지기까지 ‘감정이 안 올라오면 어쩌지’ ‘몰입이 안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역 친구들이 워낙 잘 해줬고 감독님의 감각이 탁월해선지 몰입이 잘 되더라고요. 음악이나 CG 부분에선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본인에 연기에 대해 물으니, 민망한 듯 베시시 미소짓는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물론 소재가 여성 관객이 더 좋아할 작품이다 보니 판타지를 자극해야 하는 연기가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그런 부분을 의식해 연기하려고 하진 않았어요”라고 설명했다.
“흔히 ‘끼 부림’이라고 하죠? 영화 속에서 혹은 연기할 때 ‘끼 부림’을 최대한 버리려고 노력해요.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러워지는 순간 다 망치는 거니까. 감독님의 지시와 시나리오 대로 캐릭터에 온전히 집중하려고 노력했죠. 상대 배역인 (신)은수의 톤, 감정에 맞춰 교감하고…특히 판타지 속에선 성민의 외로움과 은수에 대한 애틋함, 현실을 기다리는 간절함 등 복잡 미묘한 감정에 집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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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이 개인적으로 특별한 영향을 미친 게 있느냐”고 물으니, “왜요? 제가 달라졌나요?”라며 크게 웃었다. 그러면서 “제가 좀 밝아졌죠? 주변에서 많이들 그래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고. 엄청난 변화라고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요즘엔 꽤 많은,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있어요. 어릴 땐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가졌고 매사에 걱정도, 고민도 많았어요. 혼자 꽁꽁 싸매고 살았던 것 같아요. 지금이요? 완전히 바뀌었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또 듣는 게 좋아요. 좋은 기운을 받고 배우는 게 많으니까요. 혼자 끙끙 앓던 고민, 문제들이 의외로 쉽게 풀릴 때가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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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만약에 ‘가려진 시간’에 떨어진다면. 잘 살 수 있으냐”라고 물었다. 역시나 재치가 넘친다. 그는 “못 살 것 같다”면서도 천연덕스럽게 “함께 할 사람이 여성분이면 가장 좋을 것 같고, 동성 친구면 덜 심심할 거고, 누구든 있으면 다행”이라며 웃었다.
“언제 돌아올지 알고 있다면, 힘들어도 그 시간을 견딜 수 있겠지만 기약이 없다면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딱 2주 정도?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하하! 그렇게 생각해보니 성민도, 그런 성민을 믿어 준 수린도 정말 대단하네요. 저였다면 견디지도, 믿을 수도 없었을 것 같은데! 하하!”
‘가려진 시간’은 어린 아이들의 시선에서 시
오는 11월 16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