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view]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홍상수가 빚은 신기루(蜃氣樓)

홍상수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사랑이란?

[MBN스타 최윤나 기자] 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속에는 남녀 각각의 다른 시점이 공존한다. 영수(김주혁 분)는 민정(이유영 분)을 찾는 시간, 민정은 자신을 어떤 누구로 규정하지 않은 채 떠돌아다닌다. 이렇게 각기 다른 두 개의 세계를 보여주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이 홍상수 감독이 그리고자 했던 열여덟 번째 이야기로 탄생했다.

영수와 민정이 함께했던 순간으로부터 시작되는 영화는, 두 사람이 한 세계에 있던 시점을 보여준다. 술을 좋아하는 민정과 그런 민정이 술을 마시지 않길 바라는 영수의 갈등이 결국 두 사람의 세계를 갈라놓는 원인이 된다. “우리 잠시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는 한 마디 이후 영수와 민정은 각각 다른 세계에 놓인다.

영수의 세계는 오로지 민정뿐이다. 다친 한 쪽 다리를 이끌고 민정의 발자취를 따라 연남동 일대를 수소문한다. 민정의 집 앞, 민정의 일터를 찾아봐도 흔적도 없이 그는 사라지고 없다. 그렇게 그는 민정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키운다. 눈앞에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민정이 영수의 세계에선 ‘전부’다.

반면 민정의 세계는 기묘하다. 자신에게 알은척을 하는 남자들에게 “저를 아세요?”라고 반문하며 상대방을 당황시킨다. 하지만 그들을 끝까지 밀어내진 않는다. 적당한 선에서 받아주고 다시 선을 넘으면 밀어내는 식의 방법을 쓴다. 민정의 세계를 보고 있으면 그가 진짜 민정인지 아닌 지 헷갈릴 정도. 그렇게 민정은 자신을 규정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 사진=영화사 전원사, 콘텐츠판다 제공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그렇게 전혀 다른 세계에 놓인 두 남녀의 시선을 보여준 뒤, 다시 영수와 민정이 만나면서 합쳐진다. 하지만 그 지점은 처음 출발선과는 다르다. 영화의 도입부와는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의 모습이지만, 결코 그 순간이 이질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서로 다른 길을 돌고 돌아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마음만큼은 처음과 같다.

영화 속에서 민정이 카페에 앉아 읽는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 시공간을 뛰어넘는 비유와 상징들, 그리고 그를 통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을 통해 홍상수 감독이 결론적으로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 무엇이었는지 이해를 도울 수도 있겠다. 오는 10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