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어른과 어린아이의 시선은 다르다. 그 시선의 궁극적인 차이점을 유발하는 건 ‘믿음’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얼마나 믿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생각, 관점, 의견 모든 것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가려진 시간’에서 10대 수린(신은수 분)가 보는, 그리고 그를 둘러싼 어른들이 바라보는 성민(강동원 분)의 모습은 판이하다. 수린과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성민에 대한 ‘믿음’의 정도의 차이에서부터 시작되는 시각이다.
수린은 어느 날 한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된다. 자신을 낳아주지 않았지만 아빠인 도균(김희원 분)과 함께 화노도에 도착한 수린은 쉽사리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그렇게 지내던 가운데, 성민(이효제 분)이 그에게 말을 걸면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이후 서로 암호와 같은 기호를 통해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밀해진 수린과 성민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산을 올라간다. 하지만 결국 그 산행길에서 수린을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과 성민까지 실종된다. 그렇게 수린은 친구들의 가족, 주변 사람들로부터 홀로 살아 돌아왔다는 것에 대한 의심을 받게 된다.
그러고 며칠이 지난 뒤에, 수린 앞에 자신이 성민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자가 나타난다. 자신보다 키가 월등히 작았던 성민인데, 이 남자는 수린보다 훨씬 키가 크다. 처음에 그 남자를 피하던 수린은, 과거 두 사람이 주고받던 기호가 적힌 일기장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약 15년 동안 멈춘 시간 안에 살아야만 했던 성민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둘 만이 나누던 암호, 과거 성민이 지니고 있던 상처와 동일한 상처, 비슷한 생김새, 그리고 또 다른 세계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던 수린의 생각 등이 더욱 그 이야기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만든다. 그렇게 수린은 성민의 존재와 이야기에 대해 의심치 않지만, 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은 다르기만 하다.
사라진 아이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성민의 존재는 그를 실종사건의 범인으로 몰고 가기 충분했다. 결국 어른들은 성민이 아이들을 납치했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수린을 속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까지 했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가려진 시간’은 영화 속 수린의 시선과 어른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전혀 다른 성민의 모습을 조명한다. 영화가 시작되며 등장하는 문구는 수린의 생각이 정말 ‘상상’이라는 가능성을 내비춰 주는 역할을 하며, 영화는 수린의 생각이 상상 아닌 현실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보는 사람의 믿음에 따라 수린의 생각이 달리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