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에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연기구멍’이었다. 주연배우였던 박하선과 하석진을 비롯해 공명, 김원해, 민진웅, 황우슬혜, 김동영은 물론이고 아이돌이었던 키(샤이니)와 정채연(다이아)마저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하며 드라마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서로 다른 이유로 혼술을 즐기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일화를 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낸 ‘혼술남녀’에서 가장 중요하게 그려진 것은 바로 캐릭터, 인물이었다. ‘혼술남녀’에는 특별한 사건이나 문제를 찾아볼 수 없다. ‘혼술남녀’는 각 인물들을 중심으로 평범한 일상 속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뤘고, 이는 배우들의 연기에 따라 얼마든지 극의 완성도가 좌우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혼술남녀’가 방송되기 전 배우들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하선의 경우 2015년 ‘유혹’ 이후 2년 만에 연기에 복귀했으며, 키와 정채연이라는 연기를 보장할 수 없는 아이돌이 두 명이나 있었다.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을 만한 톱스타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염려와는 달리 ‘혼술남녀’에는 연기구멍이 없었고, ‘인생작’이라는 평가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배우들은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울리고 또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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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남녀’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 주인공은 바로 민진웅일 것이다. 초반 영화 ‘베테랑’ 유아인, ‘해바라기’ 김래원 등 비슷하지 않지만 다양한 성대모사를 선보이며 ‘혼술남녀’를 코믹으로 만들었던 진웅(민진웅 분)은 뒤로 갈수록 가슴이 짠해지는 사연들이 등장하면서 진지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와이프로 인해 10시만 되면 집으로 사라져 ‘신데렐라’라는 별명을 가졌던 진웅이지만, 사실 그는 오래전에 이혼했으며 10시에 사라진 이유는 아픈 엄마를 돌보기 위해서라는 것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민진웅은 극중 진웅의 이야기를 절절하게 표현하면서 단번에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가벼울 때는 한없이 가볍지만 진지해야 할 때는 묵직하게 무게를 표현한 진웅은 ‘혼술남녀’에서 발굴한 보물과도 같았다.
민진웅과 후에 러브라인을 그린 황우슬혜 또한 재발견과 같았다. 데뷔 9년차 여배우 황우슬혜이지만 그동안 대표작이라고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었던 것이다. ‘혼술남녀’ 속 황진이를 마치 자신의 옷 인양 표현한 황우슬혜는 기존의 섹시한 이미지에 솔직하면서도 귀여운 푼수의 모습까지 더해지면서 많은 이들을 웃게 했다.
박하선 또한 오랜만에 안방극장 복귀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노그래’ 박하나를 소화해 나갔다.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이후 오랜만에 코믹연기를 선보이게 된 박하선은 거침 없이 망가졌으며,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 꾸밈없는 연기를 선보이면서 박하나의 역할을 빛나게 만들어 나갔다.
박하선과 함께 연기호흡을 맞춘 하석진 또한 ‘혼술남녀’를 통해 이미지변신에 성공했다. ‘뇌섹남’ 이미지가 강한 하석진은 그동안 주말드라마에 주로 출연하면서 묵직한 연기를 선보여 왔던 배우 중 한 명이었다. ‘혼술남녀’를 통해 ‘고쿼얼리티’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하석진은 얼마든지 유쾌할 수 있음을 증명하면서 인생작을 만들 수 있었다.
‘혼술남녀’의 가장 큰 발견은 바로 키였다. 키의 캐스팅 소식이 들려왔을 때 반기는 이보다는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뮤지컬과 연극 경험이 있다고 하지만, 드라마 연기가 처음인 만큼 그에 따른 편견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키는 사람들의 우려를 비웃듯 걸쭉한 대구 사투리를 선보이며 노량진 페리스 힐튼 김기범을 만들어 내며 많은 이들을 웃게 했다. 코믹연기는 물론이고 정채연을 향한 진지한 로맨스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나갔다. 안정적인 연기로 아이돌 출신이라는 한계를 벗어난 키의 다음 드라마가 기대될 정도였다.
이 밖에도 공명, 김동영, 김원해, 정채연 등 자신의 역할을 소화한 배우
한편 ‘혼술남녀’ 후속으로 ‘막돼먹은 영애씨15’가 31일 첫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