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네기’ 종영②] ‘신네기’가 놓친 가장 큰 한 가지

[MBN스타 금빛나 기자] 눈을 즐겁게 해 줄 꽃미남이 총출동했을 뿐 아니라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통하는 신데렐라스토리를 앞세운 tvN 금토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이하 ‘신네기’)였다. 쉬운 스토리로 대중에게 다가선 ‘신네기’지만, 흥행성적은 기대와 달리 아쉽기만 하다.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와 긴장감 없는 스토리 전개 등 여러 방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신네기’가 놓친 가장 큰 한 가지는 ‘개연성’을 잃어버린 러브라인이었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는 통제 불능 꽃미남 재벌 형제 지운(정일우 분), 현민(안재현 분) 서우(이정신 분)와 그들의 인간 만들기 미션을 받고 막장 로열패밀리가 하늘집에 입성한 신데렐라 하원의 달콤한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는 외모는 평범하지만 고운 성품과 뛰어난 성적우수,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정의로움까지 갖춘 하원이 계모와 의붓언니의 구박에 못 이겨 쫓겨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골함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엄마의 유골이 갈 곳을 잃게 되면서 시작된다. 심지어 아버지마저 엄마의 외도를 의심하고 하원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그는 갈 곳을 더욱 잃게 되고, 그 순간 할아버지의 결혼식을 파토 내려던 현민과 우연히 만나면서 하늘그룹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자신의 결혼식을 망치긴 했지만, 영리하고 성실한 하원이 마음에 들었던 강회장(김용건 분)은 그녀에게 돈을 주는 대신 골칫거리 손자 지운(정일우 분), 현민, 서우(이정신 분)의 정신개조를 부탁하게 된다. 강회장의 부탁을 받고 세 손자가 사는 하늘집에 입성한 하원은 그때부터 삼형제와 더불어 하늘집 비서인 윤성(최민 분)과 핑크빛 기운이 감도는 동거로맨스를 펼쳐나갔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라는 제목처럼 드라마는 서로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네 명의 꽃미남들은 운명처럼 캔디같은 여주인공인 신데렐라 하원을 사랑하게 된다. 이른바 ‘역할렘’이라고 불리는 남자주인공 여러 명이 여자주인공만을 좋아한다는 여성들의 판타지를 제대로 공략한 것이다. 다소 유치하고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언제 봐도 내용이 이해되는 쉽고 단순한 스토리에 한 번쯤은 인소(인터넷 소설)을 읽고 설렘을 느꼈을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눈길을 끄는 듯했다. 여기에 과거 매력적인 꽃미남 군단 F4가 평범한 캔디 금잔디(구혜선 분)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 중 F4의 리더 구준표(이민호 분)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꽃보다 남자’가 큰 성공을 거뒀던 만큼, 비슷한 인기요소를 가지고 있는 ‘신네기’ 또한 흥행을 기대해 볼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꽃보다 남자’ 때와는 달리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과거 발연기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안재현의 경우 한층 안정된 연기력과 기대 이상의 매력을 발산하며 눈도장을 찍은 반면 몇몇 배우들은 어설픈 감정연기와 웅얼거리는 발성으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이민호와 김범, 이시영, 김소은 등과 같이 연기력을 자랑하는 젊은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으며, 극을 이끌어 가는 박소담의 경우 연기력은 나쁘지 않았으나, 구혜선과 같은 매력을 백분 발휘했다고 보내는 어려웠다.

뒤로 갈수록 에피소드가 다소 지루하게 풀어졌다는 것도 아쉬움 중 하나였다. 처음 계모의 핍박과 여러 시련 속에서도 꿋꿋함을 잃지 않았던 하원이었지만, 하늘집 사람들과 미묘한 감정의 교류를 나누면서 평범하면서도 민폐만 끼치는 여주인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운을 좋아하게 된 하원은 그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지운이 싫어하는 행동만 쏙쏙 골라서 하는 점, 예쁜 혜지(손나은 분)가 하늘집에 입성하자 그와 다른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점은 초반 긍정적이고 당찬 성격을 자랑하던 하원의 모습과 크게 달랐다.

더 큰 문제는 하원을 둘러싼 러브라인이 개연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냥 하원이 지운에게 사랑의 빠진 과정이 세심하지 못했다. 초반 매력적으로 그려졌던 현민의 사랑도 갑작스럽게 튀고 말았다. 돈 많은 바람둥이였던 현민이 하원에게 흥미를 느끼고 그와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은 여심을 제대로 저격했고, 이내 지운-하원 커플보다 현민-하원 커플을 지지하는 세력이 더 커지던 와중이었다. 하원을 지운과 묶어주기 위해서는 하원이 현민이 아닌 지운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계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하원은 그저 아무 이유 없이 남주인공이기에 사랑에 빠진 것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현민의 러브라인 방향 또한 갑작스럽게 틀어지고 말았다. 초반 은하원에게 사랑을 느꼈던 현민이었지만, 중간에 혜지에게 숨겨왔던 감정과 사연이 갑작스럽게 드러났다. 현민은 하원과 지운의 로맨스 라인에 긴장감을 불어넣지도 못했고, 그로 인해 하원과 현민을 지지했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다. 혜지 또한 악녀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운의 여주인공도 아니고, 하원의 절친한 친구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인 인물이 되고 말았다.

러브라인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개연성을 잃으니 각 인물들의 개성이 빛을 바랬고, 덕분에 이후 전개되는 로맨스도 밋밋하게 흘러갔다. 마지막회에서 지운과 하원의 옛 인연을 끄집어내는 장면은 억지로 로맨스를 만들기 위한 설정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러브라인의 개연성을 잃어버린 ‘신네기’는 흥행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놓친 채 막을 내리게 됐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