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첫방②] 최지우의 미션, ‘전도연·사극열풍’ 넘어라

[MBN스타 유지혜 기자]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이끄는 최지우는 과연 전도연과 사극 열풍, 법정물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넘을 수 있을까.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MBC 새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는 넘치는 능력으로 법무법인 예일을 이끌고 있는 ‘사무장’ 차금주(최지우 분)와 그런 차금주와 악연으로 만난 언론사 케이팩트 대표 함복거(주진모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차금주는 이복동생인 박혜주(전혜빈 분)를 도와 각종 소송에서 승리를 이끌었고, 그 과정에서 여자 연예인 스캔들 사건에서 상대방인 함복거를 성추행범으로 몰아 뻔뻔하게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승률’을 위해 냉정한 시선을 잃지 않는 차금주는 10대 노숙 소녀 살인사건을 맡으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함복거는 10대 노숙 소녀의 살인범으로 몰린 오경환 사건에 “수상하다”고 하는 차금주의 말을 듣고 비밀리에 조사를 시작했으나, 사건에는 큰 배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조사를 그만둔다. 차금주는 강프로(박병은 분)의 경고에도 오경환 사건을 위해 법정에 나섰으나 현장에서 변호사법 위반으로 체포되고 교도소에 가게 돼 첫 회부터 위기에 직면했다.

일단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코믹하고 밝은 법정드라마를 표방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에는 성공했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코믹발랄 법정물’로 만드는 것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단연 주인공 차금주 역을 맡은 최지우다.

최지우의 코믹 연기가 발현된 장면은 단연 차금주가 함복거를 성추행범으로 모는 장면이었다. 차금주는 동생이 수세에 몰리자 함복거 앞에서 원피스 지퍼를 내렸다가 이를 올려주려는 함복거를 향해 “왜 이러세요?”라고 놀란 ‘토끼눈’을 한다. 최지우는 이 한 장면에서 뻔뻔하기도, 억척스럽기도 한 차금주의 다양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드라마의 드라마를 한 톤 밝게 만드는 코믹함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차금주는 동생 박혜주를 아끼면서도 오경환 사건을 맡으려는 그에게 “넌 하자 있는 변호사”라고 냉철하게 말한다던가, 맡지 않으려던 오경환 사건을 맡은 후에는 일사천리로 추진력 있게 사건을 조사해나가는 ‘세태변환이 빠른’ 인물이다. 최지우는 그런 차금주의 중심을 잘 잡으며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 보인다.

첫 회에서 ‘합격점’을 얻은 최지우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월화 사극 열풍’이 그가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과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과 동시간대에 방송된다.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하고 나날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는 ‘구르미’나 하반기 대작으로 어마어마한 라인업을 가진 ‘달의 연인’은 만만치 않은 대진 상대다. 거기에 ‘구르미’와 ‘달의 연인’ 모두 중반 이상을 달려오면서 스토리가 절정에 달한 상태. 이제 시작하는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초반 시청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만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것은 경쟁작이 모두 사극이라는 점이다. 두 드라마 모두 사극이기 때문에 오히려 틈새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거기에 장르물로 분류되는 법정드라마에 코믹함을 입혀 다양한 시청층에 어필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장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산으로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굿와이프’의 잔상이다. 전도연, 유지태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해 화제를 모았던 ‘굿와이프’는 웰메이드 법정극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종영했다. ‘굿와이프’의 전도연과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최지우는 법정에 서는 여성들의 성장담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한 설정에 놓여져 있다.

하지만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최지우는 “저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촬영하다보니 전혀 달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분위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두 작품을 비교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최지우의 설명이었다. 아직까지는 완전하게 ‘굿와이프’의 잔상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일단 차금주를 통해 밝고 경쾌한 법정물이 탄생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앞으로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최지우는 첫 회에서 속도감 있는 드라마의 중심을 잘 이끌면서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에는 성공했다. 최지우가 전도연과는 또 다른 법정물의 여주인공을 만들어내면서 ‘월화 사극 열풍’에서도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입지를 잘 다질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