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배우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정만식. 듣기 만 해도 강렬한 포즈가 느껴지는 이 배우들과 함께 영화 현장에서 ‘막내’로 귀여움을 한 몸에 받은 배우 주지훈. 영화 ‘아수라’를 함께 촬영하면서 주지훈은 형들에게 ‘귀요미 막내’로 통했다. 그만큼 배우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동생으로서 그의 행동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일 것.
“형들은 한 단어로 ‘치열’했어요. 어마어마한 치열함에 제가 반성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간 투덜거린 인생에 대해서요. 정말 디테일 하나로 저렇게들 물고 늘어지는 구나 싶었고, 정말 다들 어마어마하더라고요.”
특히나 ‘아수라’에서 주지훈과 정우성과의 호흡이 돋보였다. 처음에는 형제와도 같은 의리를, 또 영화가 점차 진행되면서는 은근한 긴장감까지 자아냈다. 가장 많은 장면에서 붙었던 두 사람이 이번 영화를 통해서 형성된 관계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우성이 형이 정말 젠틀하세요. 한 번은 시사회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다른 후배들은 굉장히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저한테는 욕을 하시더라고요. 근데 그 욕을 들었을 때 진짜 친해졌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영화 속 캐릭터도 그렇고 몰입해서 찍고 하다 보니까 더 그러신 것 같더라고요. 그게 굳어진 거죠. 근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다른 후배들이 부러워하더라고요. 그럼 저도 모르게 으쓱했죠(웃음).”
영화 속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주지훈은 ‘아수라’에서 가장 변화가 큰 인물이다. 다소 어리버리해 보이는 형사에서 가장 큰 악의 축에 속한 박성배의 수행요원이 되기까지, 무엇보다 자켓에서 수트로 변화하는 그의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이 이를 가장 잘 표현한 도구가 됐다. 물론 모델 출신인 주지훈의 수트 패션도 영화에서 작게나마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수트를 딱 맞게 입으니까 앉을 때 정말 힘들더라고요. 영화 속에서는 제가 입은 수트가 명품 수트인 것처럼 나오는 데, 실제 그 브랜드는 아니었어요. 근데 당시에 감독님이 진짜 브랜드 수트의 느낌이 그렇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것 하나까지 신경 쓸 정도로 정말 디테일 하셨어요. 헤어스타일은 제가 먼저 자르겠다고 했어요. 예전에 저에게 머리길이가 짧으면 어려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캐릭터 변화나 나이 형과 동생 사이를 확실히 하고 싶어서 잘랐죠.”
‘궁’이 방영된 지 꼭 10년이 지났다. 이를 회상하며 주지훈은 “아직도 방송에서 ‘궁’이 나오더라고요. 지금 보면 진짜 풋풋한 것 같아요”라고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하이틴 드라마이자, 만화 속 설정을 드라마화 했던 만큼 10년이 지난 지금에서 다시 본다면 다소 민망하지 않았을까 예상했기 때문이다.
“예전엔 ‘궁’을 진짜 못 봤었어요. 미칠 것 같았는데, 요즘은 마음이 성장했나봐요. 풋풋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그런 저를 보면서 놀랐죠. 여유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궁’은)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때만 할 수 있는 걸 조금 더 할 걸 그런 생각이 들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걸 ‘궁’ 이후로 안한 것 같아요. 팬들도 좋아하는데 조금 더 놨으면 하죠. 그걸 이제 알아서 요즘에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저에게 주어지는 작품은 최대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아수라’를 통해 작품을 하나 남겼다는 것 이외에도 많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배운 것도 많았을 것. 특히나 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한 자리로 모인만큼 얻어간 부분도 존재했을 것이다.
“치열함을 배웠어요. 엔딩 장면은 그냥 영화로 보는 것도 힘든데, 당시에 3일 밤낮으로 촬영을 했어요. 그 당시에 뭔지 모르지만 느낌적인 느낌이 부족하다고 하셔서, 아예 하루 통으로 촬영을 빼고 하루 종일 리허설을 했어요. 그렇게 하고 다음날 싹 다시 찍었어요. 그 치열함이 어마어마하죠.”
‘아수라’ 김성수 감독이 정우성과 ‘비트’를 개봉했을 당시 주지훈은 중학생이었다. 그렇게 배우가 되면서 우상처럼 생각했던 감독과 한 작품을 통해서 같이 작업했다는 것도 그에게 뜻 깊은 일이었을 것.
“‘아수라’에 처음에 합류했을 때부터 좋았어요. 영화인들은 김성수 감독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어요. 또 어린 세대에 영화를 만들어주신 분에 대한 존경심도 있었죠. 처음에 ‘아수라’ 촬영을 시작하면서 힘들었던 건 (배우, 감독 모두) 너무 어릴 때부터 보던 사람들이
그렇게 주지훈에게 ‘아수라’는 마치 소풍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준비하는 과정마저 설렘을 주고 떠나고 나서도 뒤돌아보면 추억이 되는 소풍처럼, ‘아수라’가 주지훈에게는 그런 작품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