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MBC 아침드라마 ‘좋은 사람’에서 홍수혁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장재호입니다. 아침드라가 처음인데 정말 재밌고, 아직도 신나요. 첫 촬영 하고 나서 ‘이거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반을 넘어섰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제가 ‘좋은 사람’에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천운인 것 같아요. 첫 소속사에 첫 오디션을 붙어서 이렇게 큰 역할을 맡게 된 거니까요. 부담도 되지만 아직도 현장에 가면 ‘떨리는 마음’이 들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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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축복’이죠
사실 저는 아직도 연기가 어렵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밖에 안 들어요. 늘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하루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하죠.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조급한 마음도 들어요. 하지만 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이 다 바쁘실 텐데도 정말 잘하는 걸 보면서 ‘핑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은 ‘경험하자!’가 더 큰 것 같아요.
제가 정말 운이 좋았던 게 ‘좋은 사람’은 회차가 긴 작품인데, 저는 그 안에서도 정말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맡았어요. 홍수혁이란 친구가 처음엔 바람둥이었다가, 극중에서 연예인이 되고, 윤정원(우희진 분)을 만나면서 변화를 겪다가 또 다시 굉장히 어두워져요. ‘흑화’라고 하죠.(웃음) 한 작품을 하는데 한 작품을 하지 않는 기분이랄까요. 캐릭터에 변화가 커서 저 스스로도 재밌고 배워가는 게 많아요.
감독님께서도 제가 오디션에 합격한 후에 ‘극중에서 가장 어려운 역할일 것’이라고 말해주셨어요. 겁을 먹었는데다 하다 보니 정말 어렵더라고요.(웃음) 혼도 많이 나죠. 하지만 그만큼 정말 많이 배워요. 그래서 저는 한 달 후의 제가 촬영을 시작하기 전의 저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정말 궁금해요.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태도가 정말 달라질 것 같아서 기대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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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인 건 또 한 가지가 있어요. 현장의 배우, 스태프 분들이 모두 정말 좋아요. 좋은 사람들이어서 제목 그대로 ‘좋은 사람’의 분위기가 잘 묻어날 것이라 생각했어요. 저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우희진 누나도 정말 착해요. 주위 사람들에게 정말 다 잘하시고요, 항상 열심히 하시고, 더 챙겨줄 것 없나 고민하시는 분이에요.(웃음) 가끔은 ‘친누나’ 같아서 연기하기 어려울 때가 있기도 해요.(웃음)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이렇게 착한 분을 또 만난 적이 있나 싶을 정도예요.
차승희 역을 맡고 있는 오미희 선생님을 보면서도 참 많이 본받아야겠단 생각을 해요. 정말 신이 많이신데도 쉴 때에도 절대 대본을 손에서 안 놓으세요. 그런 걸 보면 ‘아, 내가 지금 쉴 때가 아니구나’ 싶어서 저도 다시 대본을 들게 돼요. 남경우 선생님은 인간성이 정말 좋으시고요. 모든 분들이 배울점을 정말 다 갖추고 계셔서 정말 최고의 현장이 아닌가 싶어요.
‘좋은 사람’은 제겐 시험장 혹은 오디션장 같은 존재예요. 제가 지난해까지 회사가 없었는데, 그 때 혼자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나 고민을 하면서 선택한 게 독립영화였어요. 한 번도 쉬지 않던 아르바이트까지 그만 두고 ‘한 편이라도 더 찍자’는 마음으로 매달렸죠. 그러면서 많은 걸 배웠는데, ‘이걸 빨리 써먹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제가 가진 무기들이 통할 수 있을까 시험하고 싶었어요. ‘좋은 사람’에서 그 시험을 하고 있고요, 하루하루가 오디션 보는 것처럼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이 오고 가요.
◇ 힘들지 않은 배우들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제가 처음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2006년 즈음, 스물한 살 군대에서였어요. 전에는 그저 막막하게 ‘배우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군대에서 각양각색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에 대한 열망이 더 짙어졌죠. 그 때 연극영화과 재학 중인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친구들에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로소 연기에 대한 확신을 가졌고, 전역하고 무작정 극단에 들어가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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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향은 전주고, 군산에서 자랐어요. 아무래도 배우라는 꿈을 꾸는 친구가 흔하지 않은 지역이었죠. 배우는 입으로 꺼내기 창피하고 부끄러운 꿈이었어요. 그래서 누르고 눌렀죠. 하지만 군대에서 진짜로 연기하는 친구들을 만나니 ‘이거 안 하면 안 되겠구나’ 싶은 거예요. 그래서 제대하자마자 밀어붙이게 됐어요.
처음엔 편입을 하려고 했어요. 그에 따른 입시 연기를 준비해야 해서 전주에 있는 극단 명태에 들어갔죠. 그 때에는 TV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단 생각보다 그냥 ‘연기’를 하고 싶던 때였어요. 그런데 극단에서 연기를 시켜주니까 신나는 거예요. 그래서 편입을 포기하고 그대로 극단에 눌러앉게 됐어요.
그렇게 극단에서 3년 반 정도를 연기하다가 극단 식구들과 대학로에서 공연을 할 기회가 있어서 다 같이 올라왔어요. 그 때 마침 다른 연기에 욕심이 생기던 때였어요. 연극은 자동차를 몰고 가는 장면에서 자동차를 모는 ‘척’을 하잖아요. 문득 ‘이 장면에서 진짜로 차를 몰고 가면서 연기를 하면 얼마나 재밌을까?’란 생각이 들면서 매체 연기를 욕심내게 됐죠. 그래서 저는 그대로 서울에 남았어요.
물론 극단 사람들은 그런 저를 말렸어요. 극단 대표님께서도 반대하셨죠. 그동안 도전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셨기 때문이죠. 하지만 연기에 욕심이 생기니 걷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더 나이 들기 전에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일단 도전에 의의를 두기로 하고 서울에 남아서 연기를 이어가게 됐어요.
서울 살이를 한 지는 한 5년 됐고요. 그동안 힘들었다고 물어보신다면, 안 힘든 배우들이 어디 있겠냐고 대답하고 싶어요. 많은 선배님들, 선생님들도 제가 얘기를 꺼내지도 못할 만큼 고생하고 노력해서 지금의 위치에 오르신 거고요. 제 주변을 봐도 안 힘든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돈이 없다거나 이런 건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연기를 할 기회가 없다는 건 힘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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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적도 있긴 해요. 서빙 아르바이트를 할 때 아는 동생이 손님으로 온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절 알아보더라고요. 그런 게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괜한 자존심’. 저들은 저렇게 하는데, 난 여기서 뭐하는 건가. 이런 생각들이요. 하지만 나중에는 별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자존심보다 절실함이 더 커지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죠. 그래서 힘들지 않았어요. 절실함이 있었으니까요.
◇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연기의 매력은 ‘풀어내는’ 거예요. 모든 글자가 음이라면, 그걸 오선지에 그리면 답이 있을 것 같은 그런 거요. 한 대사를 만 명에게 주면 그 만 명이 다 다를 거예요. 그런 것처럼 이 상화엥서 가장 적합한 음의 조합은 뭘가, 이런 계산을 하는 게 정말 재밌어요. 현장에서 짜릿하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도 좋고요. TV에 나오면서는 어머니, 아버지께서 저를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이 됐어요. 부모님께서 기념품 가게를 하시는데 제 기사를 뽑아놓은 종이들이 플랜카드처럼 붙어있죠. 부모님께서 뿌듯해하시는 걸 보면 참 힘이 나요.
저는 쉬고 싶지 않아요. ‘좋은 사람’이 10월 말에 끝나는데 11월에 단편영화를 하나 찍기로 했고요. 좋은 작품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쉬지 않고 쌓아가는 것도 지금의 제겐 정말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요. 더 묵직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하고요. 기회를 잡을 순간에 ‘얕게 보이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꾸준히 연이 닿는 작품들을 계속 해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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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의 꿈이라. 부끄럽지만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나중에 정말 훌륭한 배우가 됐을 때 제가 처음 공연한 공연장에서 깜짝 공연을 하고 싶어요. 제게 꿈이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사진제공=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