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요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지닌 '엔터테이너' 정형돈의 복귀였다.
건강상의 이유로 1년 가까이 방송가를 떠났던 개그맨 정형돈이 활동을 전격 재개했다. 21일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녹화를 통해 몸풀기에 돌입한 그는 22일에는 프로젝트 듀오 형돈이와대준이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음원 '결정'도 공개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주간아이돌' 외에 구체적인 방송 활동 계획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물밑 작업은 '당연히' 진행되고 있을 터다. 다만 하반기 신규 예능 라인업이 어느 정도 정리된 시점인 만큼, 당장은 최근 알려진 한·중 합작 웹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전념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주간아이돌'-형돈이와대준이-작가 데뷔 등 일련의 활동 계획이 속속 공개되면서 일각에선 이미 컴백 '플랜'을 다 짜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못마땅한 시선이 제기됐다. 특히 그의 향후 활동 계획에서 MBC '무한도전'이 배제된 점에 대해 "본인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물론 아무런 준비도, 전략도 없이 활동을 재개한다는 것 자체가 프로 방송인에게 어불성설이다. 또 그 역시 '방송기계' 아닌 한 인간이기에, 본인 컨디션에 따라 콘트롤 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네티즌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바로 '무한도전'이다.
하지만 정형돈에겐 현 시점 '무한도전'을 선택하지 않을 권리가 분명 있다. 그리고 명백히, 그는 이미 '무한도전'을 하차한 상태다.
지난 7월 '무한도전' 하차를 공식 발표할 당시 FNC가 내놓은 입장을 떠올리면 정형돈이 아직 '무한도전'을 택할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하다.
"정형돈 씨는 '무한도전' 제작진과 여러 차례 만나 활동에 대해 상의했고, 최근에는 복귀 시점을 구체적으로 의논했다. 그러나 '무한도전' 특유의 긴장감과 중압감을 안고 방송을 하기에는 자신감이 부족한 상황이며, 다시 커질 지도 모를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고민 끝에 결국 정형돈씨의 뜻대로 하차를 결정하게 됐다"(2016.7. 29 정형돈 '무한도전' 하차 관련 FNC 공식입장)
특히 정형돈은 이날 '주간아이돌' 녹화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무한도전' 하차에 대해 스스로 "그릇이 작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는 겸손한 발언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솔직한 진단이다.
10년간 함께 해 가족과도 같은 '무한도전'이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불안장애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정형돈에게는 '독이 든 성배'다. 오롯이 정형돈의 입장에 따르면, 그는 '무한도전'을 택하지 않은 게 아닌, 못 한 것이다. 그런 그가 '주간아이돌'을 컴백작으로 택한 것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정형돈을 대할 땐 '기-승-전-무한도전'을 떠올린다. '무한도전'은 정형돈에게, 숙명이자 숙제다. 그 언젠가 돌아갈 그리고 돌아가야 할 '약속의 프로그램'과도 같다.
그 시점에 대한 아쉬움은 존재할 수 있고, 개인에 따라선 아쉬움을 넘어선 배신감으로 느
정형돈으로서는 '무한도전'은 해도, 안 해도 부담인 프로그램이다. 부디 그가 이같은 부담을 떨치고 '미존개오'의 여유로운 미소를 보여주는 그 날이 오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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