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사전제작드라마들이 연달아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두면서 반(半)사전제작드라마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시각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전제작드라마는 기획부터 촬영까지 전 과정을 방영 전 사전에 제작하는 드라마를 일컫는 용어다. 과거에는 그저 ‘꿈’에 불과했던 시스템이지만, 2016년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함부로 애틋하게’,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 등이 연달아 방영되면서 지금은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시스템이 됐다.
‘생방송’처럼 방영 직전까지 촬영을 하고 마무리작업을 하는 촉박한 드라마 제작환경을 보완해줄 것이라 기대됐던 사전제작드라마는 정작 중국 사전심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리면서 ‘사전제작드라마=높은 완성도’라는 과거의 공식은 깨어진지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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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에는 대규모 사전제작드라마들이 연이어 참패를 당하면서 더욱 ‘회의론’이 짙어지고 있는 추세다. ‘태양의 후예’는 전무후무한 히트를 기록했으나 대작으로 분류됐던 ‘함부로 애틋하게’나 ‘달의 연인’ 등은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하거나 방영 중이라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중이다.
사전제작드라마들은 대부분 한국과 중국 동시방영을 위해 선택되곤 한다. 최소 수개월 전 제작을 마치고 완성본을 중국 심의기관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에 등록해야 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전제작을 끝낸 드라마는 광전총국을 통과된 이후에는 수정할 수 있는 방도가 거의 없다. 기획이 이미 통과된 상태에서 방향성을 수정하려면 심의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자본적으로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전제작드라마들이 한국 시청자들에게 비판을 받아도 수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광전총국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중국 드라마의 정서와 방식을 고려해야 하고, 한국 드라마에서는 자유롭게 사용됐던 소재들이 빠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태양의 후예’의 경우, 한국에서는 북한군이 등장하지만, 중국 방영 당시에는 상상국가 군인이 등장하는 이치와 비슷하다.
초반 4부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초반 시청률 유입이 전반 성적을 좌우하는 한국 드라마 시장의 경우, 초반에 스토리가 몰아쳐야 한다. 하지만 중국드라마들은 서사를 길게 늘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달의 연인’이나 ‘함부로 애틋하게’가 어딘지 ‘늘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중국드라마 공식을 어느 정도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소재도 중국 원작이나 90년대 혹은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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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질타가 쏟아지니 방향을 틀 방법은 없고, 그저 질타가 수그러들길 기다리는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차라리 반(半)사전제작 시스템이 낫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체 회차 중 절반 이상을 촬영한 후 첫 방송을 시작하는 반 사전제작 시스템은 결국 말미에 가면 ‘생방송’이 될지언정, 촬영할 때에는 일반 드라마보다 조금 더 시간이 주어지고, 수정할 만한 여지도 남겨져 있다는 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배우의 입장에서도 반사전제작시스템이 오히려 덜 부담스럽다. 배우들은 사전제작 시스템에 참여할 경우, 향후 드라마 편성 과정까지 고려하며 이후의 스케줄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 편성이 어려워 작품이 표류하거나, 중국 심의 과정에서 시간이 더 걸려 첫 방송이 늦춰지는 경우는 배우들에게 치명타다. 박소담, 지수의 경우 이런 과정 때문에 ‘겹치기 출연’이 돼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그에 비해 OCN ‘나쁜녀석들’, SBS ‘괜찮아 사랑이야’, tvN ‘디어마이프렌즈’ ‘시그널’ ‘굿와이프’ 등 총 회차에서 절반 이상을 미리 촬영한 반사전제작시스템 드라마들은 좋은 성적을 거뒀다. 시청자의 반응도 뜨거웠고,
차라리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반사전제작드라마가 여러 요인에서 100% 사전제작드라마보다 더 낫다는 의견은 지금 상태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 보인다. 다방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반사전제작시스템이 지금으로서는 ‘최상의 시스템’으로 평가받을 만 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