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요즘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사전제작드라마가 ‘태양의 후예’ 이후 큰 흥행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전제작드라마는 드라마 기획부터 촬영까지 전 과정을 방영 전에 미리 완료하는 드라마를 뜻한다. 올해에만 KBS2 ‘태양의 후예’ ‘함부로 애틋하게’,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 tvN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 등이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제작됐다.
‘쪽대본’이나 ‘생방송’ 등과 같은 단어가 드라마계에 존재할 만큼, 방영 직전 완성시키는 촉박한 드라마 제작 환경은 한국 드라마계의 고질병으로 지적되곤 했다. 사전제작드라마 시스템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었다. 1990년대부터 사전제작드라마는 ‘언젠가는 정착되어야만 하는’ 시스템으로 꼽혀오기도 했다.
하지만 사전제작드라마가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는 최근, 과연 사전제작드라마는 과거에 상상했던 것처럼 높은 완성도를 위한 방편으로 분류되는가. 결코 아니다. 최근 사전제작드라마 시스템은 그저 ‘중국 시장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사전제작시스템을 이용한 드라마 중 가장 호평 받은 드라마는 MBC ‘다모’, SBS ‘괜찮아 사랑이야’, OCN ‘나쁜녀석들’ 정도다. 그나마 세 편 모두 전체 회차 중 절반 정도 촬영을 끝낸 후 첫 방송을 시작하는 ‘반(半)사전제작드라마’였기 때문에 진정한 100% 사전제작드라마라고 볼 수 없다. 100% 사전제작드라마로 ‘온전한 성공’을 거둔 드라마는 아직까지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는 아직 없는 셈이다.
한국 최초의 100% 사전제작드라마로 꼽히는 MBC ‘내 인생의 스페셜’(2006)이나 과감한 투자가 돋보였던 SBS ‘비천무’(2008), MBC ‘로드넘버원’(2010), SBS ‘파라다이스 목장(2011)은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MBC ‘2009 외인구단’(2009)의 경우 갑작스럽게 조기종영이 결정돼 모든 스토리들이 제대로 완결되지도 못한 채 끝나기도 했다.
그렇게 사전제작드라마를 향한 꿈이 사라지는 듯 했지만, 2014년부터 사전제작시스템에 대한 드라마계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2016년에는 사전제작드라마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의 사전제작드라마는 완성도의 측면에서 선택된 시스템이 아닌, 중국 시장을 ‘통과’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전제작드라마=높은 완성도’라는 공식이 깨져버리고 만다.
중국 내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선(先)방영보다는 중국과 한국의 ‘동시방송’을 추구하는 제작사들이 많아졌다. 동시방송을 하지 않으면 중국 방영을 위해 준비하는 약 6개월의 기간 동안 현지 시청자들은 이미 다른 방편으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난 이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작사들은 드라마 제작을 기획하는 과정에서부터 중국 동시방영을 고려한다. 양국 동시방송을 위해서는 중국의 까다로운 사전 등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국에서는 해외 포맷 프로그램이 방영되려면 2개월 전 성급 신문출판광전국에 신고를 한 후,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에 등록을 해야 한다. 방영 2개월 전 완성본을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한국 제작사들은 양국 동시방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전제작드라마’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완성도가 아닌 중국 사전심의를 위해 선택한 방편이다 보니 사전제작드라마라도 일반 드라마처럼 ‘쪽대본’이나 밤샘촬영이 존재한다. 물론 일반 드라마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주어지긴 하지만, 완성도를 위해 두세 번 반복촬영을 하거나 몇 회의 대본을 미리 받아보는 등의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열악한 제작환경이 사전제작드라마 현장에도 고스란히 ‘답습’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계에서는 더 이상 ‘사전제작드라마’와 높은 완성도를 연결 짓지 않는다. 사전제작드라마라 할지라도 ‘중국 진출을 위한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