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10회가 전파를 타면서 반환점을 돌았다. 여성이 우연한 계기로 내관이 된 것과 더불어 '왕세자와 내관의 사랑'이라는 판타지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제 속에서도 역사적인 배경은 작품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이영(박보검)이 홍라온(김유정 분)이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을 밝혔다. 이어 홍라온은 이영에게 무릎베개를 해주고, 왕자와 사랑이 이뤄지지 않아 거품이 된 인어공주 이야기를 들려줬다. 거리를 두고 애틋한 감정을 전했던 이들이 사랑을 싹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영과 홍라온의 관계 발전은 극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중심축이 됐다. 홍라온은 왕세자를 위해 왕이 준비한 혼인준비를 안 뒤 좌절했고, 김윤성(진영)은 이영에게 홍라온을 향한 마음을 드러냈다. 회차가 진행될수록 이들의 삼각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이 쓰는 사랑은 당시 사회를 반영하기보다는 '청춘'에 방점이 찍혀있다. KBS가 앞서 선보였던 '성균관 스캔들'를 떠올리게 하듯이 현대 청춘들의 남녀 관계를 조선시대에 그대로 옮겼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윤이수 작가가 조선시대에 맞춰 써내려간 픽션 웹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로 옮겨지면서도 사극에서 중요한 고증보다는 그 시대를 담아낸 영상미에 초점을 맞췄다. 박보검, 김유정의 연기력 외에도 신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복장은 상반된 관계에 놓인 이들의 위치를 가늠하게 했다.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 있는 '현실 사랑과 과거 배경의 결합'은 역사적 인물을 등장하게 함으로써 추를 맞췄다. 원작과 같이 홍라온이 민란을 일으켰던 홍경래의 딸이라는 설정이다. 내관으로 궁궐에 들어온 여성인 홍라온의 텅 빈 과거를 설명하는 장치도 됐다.
가문 세력이 정치를 이끄는 세도정치 속에서 좌절하는 왕과 세자를 낳기 위해 계략을 펼치는 중전 등 이영과 홍라온의 사랑과 그 온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궁궐 상황도 작품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했다. 조선시대 권력 다툼을 다루면서 드라마가 판타지 로맨스로 치우치지 않게 한 것이다.
홍라온은 왕세자의 사랑의 대상이자, 홍경래의 난 이후 다시 민란을 일으키려는 이들의 촉매제로 등장했다. 지난 20일 방송에서 상선내관 한상익(장광)이 백운회의 수장으로 밝혀져 홍라온을 끌어들이려 했으나 이영은 그 순간이 목격했다.
로맨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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