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팔방미인(八方美人)이다. 연기면 연기, 공연 출연에 기획, 각색까지 다방면에서 끼를 방출하고 있는 배우 이창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창욱은 최근 종영한 KBS ‘TV소설 내 마음의 꽃비’(이하 ‘내 마음의 꽃비’)로 첫 주연으로 활약했다. ‘내 마음의 꽃비’는 전쟁의 참화 속 다른 사람의 삶을 통째로 빼앗은 여자와 그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 자식 세대의 꿈과 사랑, 그리고 용서와 화해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그는 이강욱으로 분해 평일 아침 안방극장에 재미과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KBS ‘뻐꾸기둥기’ 출연 당시 인연은 제작진으로 인해 ‘내 마음의 꽃비’와의 인연을 맺게 된 이창욱은 이강욱만의 순정깡패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깡패 캐릭터의 날카로운 느낌과 로맨스를 강조해야 할 부분에선 전혀 다른 느낌의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이강욱으로 빚어가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강욱이가 혼자 외롭게 살아왔지 않나. 그러다가 어느 날 꽃님이(나해령)를 만나게 되고 가족이 있는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이야기 속에 있는 캐릭터가 자칫하면 전형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과묵하고 진지하고 날카롭고, 능글맞기도 하고 잘 웃기도 하는 캐릭터도 설정해서 연기하기 시작했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과장 되는 부분을 있지 않게 조율하며 연기했다.”
호흡이 긴 일일드라마에 첫 주연까지 맡았으니 부담이 있을 법도 한데 이창욱은 “부담은 없었다”고 답했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연극 등에 엑스트라부터 단역, 조연까지 꾸준히 출연하고 연기를 이어왔기 때문에 ‘주연’이라는 부담감은 없었다는 것. 그는 촬영장에서도 출연진들과 빨리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더 장난을 치는 등 분위기메이커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첫 촬영은 되게 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먼지도 엄청 났다. 꽃님이랑 고생을 많이 했었다. 꽃님이랑도 빨리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난도 많이 쳤었다. 아이돌이고 하니까 초반에 다가가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노력을 많이 했다. 짓궂게 장난도 많이 쳤는데 잘 받아주었다.(웃음)”
이창욱은 ‘내 마음의 꽃비’에서 나해령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극 중 4살 차이이지만 실제로는 10살이나 차이가 난다. 이창욱은 ‘극 중 나이는 25살’이라는 주문을 외우고 나해령과 호흡을 맞춰왔고, 두 사람의 케미는 극의 재미와 긴장감을 높이는데 한몫했다.
“어떻게 보면 (나해령이) 아역 출신이다 보니 나보다 선배이다. 처음에 느낌이 연기를 굉장히 잘하더라. 대사도 굉장히 잘 외우고 힘들다고 얘기한 적도 없었다. 정말 밝고 긍정적인 친구였다. 사람들에게도 항상 잘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선배는 선배구나’ 싶었다. 함께 연기하면서 되게 좋았던 것 같다. 평소에 사람이 매력이 있으니까 꽃님이랑 연기할 때도 특별히 계산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매력에 저절로 빠져들게 됐었다.”
이창욱은 젊은 배우들과의 호흡뿐만 아니라 연기 경험이 많은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을 통해서도 많은 걸 얻었다. 특히 그는 6개월 넘는 ‘내 마음의 꽃비’ 작업 현장을 회상하며 “연기를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백현주 선배님, 홍성덕 선배님 등 연기 경험이 풍부한 선배님들이 많은 에너지를 줬다. 선배님들의 연기가 굉장히 진정성 있게 다가왔고, 굳이 내가 억지로 짜서 연기를 하지 않아도 리얼하게 감정이 나오는 장면들이 있었다. ‘내 마음의 꽃비’를 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건 연기를 즐기는 나를 발견했다는 거다. 대사를 할 때 너무 행복하고 집에 있을 때도 이강욱으로서 말하고 싶어하는 걸 느꼈을 때 ‘아, 내가 연기를 즐기고 현장을 즐기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설레는 느낌이 있었다.”
‘내 마음의 꽃비’는 평균 시청률 15%(닐슨코리아 기준)를 유지했던 인기 아침드라마였다. 많은 시청자들이 꽃님이와 주변 인물에 관한 에피소드를 궁금해 했고, 함께 긴장하고 웃으며 종영까지 달려갔다. 이창욱 역시 드라마에 대한 인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SNS에 응원 댓글이 많아졌고, 여기저기서 알아보는 팬들도 많아졌고, 팬클럽까지 생겼다. 그의 인기를 입증하듯 인터뷰 직후 방문한 식당에서 이창욱을 알아본 식당 아주머니들이 “실제로 보니 귀엽다”며 엄마 미소를 짓기도 했다.
“팬카페도 이번에 생기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져서 너무 기분이 좋다. 사람들의 댓글은 좋은 피드백이 된다. 아무리 전문가가 평가를 해도 상대성이 있어서 객관적이지 못하고 주관적인 게 많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니까 한편으론 ‘무엇이든 내가 더 조심성 있게 행동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창욱은 2016년을 누구보다 알차게 보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드라마 주연으로도 활약했고, 가장 큰 목표였던 직접 출연, 기획, 각색에도 참여한 무용극 ‘느릅나무아래 욕망’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사실 공연 한 편을 올리는 거였다. 작년에 세웠던 목표인데 과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지 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실행에 옮기고 있었고, 스스로 기획하고 각색을 하고 있더라. 캐스팅도 같이 하고 올려 보니 내가 도전하길 잘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40대에는 좋은 기획자, 제작자로서 연출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욕심이 있다.”
무대에 향한 남다른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있는 그는 ‘무대’를 ‘배우가 꼭 서야하는 곳’이라고 칭했다. 자기를 평가하고 발전시키는데 무대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창욱은 무대를 잊지 않고 꾸준히, 1년에 한 편이라도 꼭 서면서 드라마, 영화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 원동력은 내가 이 일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즐기는 일을 할 때 그게 바로 원동력이 되고 또 동기가 되는 것 같다. 늘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사실 난 복 받은 사람이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