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노래도, 개그도 모두 ‘올킬’하는 만능 개그맨들이 있다.
코미디언은 따지고 보면 ‘종합 엔터테이너’에 가장 가까운 직업군이다. 이들은 개그 무대에서 노래도, 무술도, 연기도 한다. 따로 구분해서 보면 하나의 장르가 되는 요소들을 ‘개그’라는 틀 안에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는 코미디언들은 그야말로 ‘다재다능’ 해야만 한다.
역으로, 코미디언들의 노래나 연기 실력은 코미디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실력 자체로 평가받기는 쉽지 않다.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하는 코미디언들도 꽤나 많은데 말이다. 하지만 개그맨으로서만이 아닌, 개그맨과 가수를 혼합한 ‘개가수’라는 장르를 만들어간 인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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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파이브(김경식, 이동우, 홍록기, 표인봉, 이웅호)나 컬투(정찬우, 김태균), 나몰라패밀리(현재 김경욱, 김태환, 고장환)와 같은 90년대 혹은 2000년대 초반 탄생한 1세대 ‘개가수’들은 그야말로 ‘길’을 개척한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명맥을 이은 지금의 2세대 ‘개가수’들은 개그맨과 가수 활동을 따로 분리해 활동한다. 개그맨일 땐 누구보다 웃기게, 가수일 땐 누구보다 ‘스웨그’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2세대 ‘개가수’들을 지금부터 살펴본다.
◇ ‘개가수’ 장르에 돌을 던진, 유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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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유세윤은 뮤지와 함께 유브이(UV)라는 그룹을 결성해 2010년 노래 ‘쿨하지 못해 미안해’로 가수로서 데뷔했다. 이후 ‘집행유애’ ‘이태원프리덤’ ‘너 때문에’ 등을 발매하며 유브이는 뉴잭스윙부터 디스코, 재즈풍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을 선보였다.
당시 ‘개그맨가수’들은 유행어를 접합해 앨범을 내거나 개그팀들이 뭉쳐 음반을 발매하는 형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유세윤의 행보는 달랐다.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뮤지와 뭉쳐 풍자적인 가사에 뚜렷한 특징이 돋보이는 음색들을 덧입혀 개그맨 유세윤의 모습을 탈피하고자 했다.
그런 그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성공은 개그맨 유세윤이 아닌 ‘그룹 유브이’로서 유세윤을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다. 재밌지만 충분히 진지했던 유세윤의 도전. 다른 걸 떠나 ‘개가수’들의 새로운 행보를 제시한 ‘성공 모델’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직접 작사와 작곡까지, ‘디스코맨’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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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는 2000년 MBC 11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으나 가수로 데뷔한 것은 2014년 3월 첫 디지털 싱글 ‘다녀오겠습니다’를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박명수의 노래 ‘바다의 왕자’를 작곡한 이주호 작곡가가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2년 5개월 만인 지난 8월 손헌수는 노래 ‘3분 디스코’를 선보였다. 그는 직접 작곡과 작사를 도맡아 했으며, 뮤직비디오까지 직접 연출했다. 음악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작곡 공부를 한 것과 더불어 단편영화 제작까지 했던 실력을 살려 손헌수가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녹여냈다.
그는 개그맨과는 또 다른 행보를 걷기 위해 ‘디스코맨’이란 예명을 짓고 가수로 활동 중이다. 그런 손헌수는 최근 MBC ‘복면가왕’에서 ‘스파르타 석봉어머니’로 등장해 깜짝 놀랄 가창력을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 개그맨 정형돈 아니고, 형돈이와 대준이의 ‘형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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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은 래퍼 데프콘과 함께 2012년 6월 ‘깽스타랩 볼륨1’이란 앨범을 공개했다. 노래 ‘안좋을때 들으면 더 안좋은 노래’의 ‘아니아니아니아니~’라는 멜로디는 알아도, 정형돈이 총 프로듀싱을 하고, 전곡 작사를 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정형돈과 데프콘의 합작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평가와 ‘유쾌하고 즐거운데 완성도도 괜찮은 편’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올 만큼 극과 극의 반응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 이들은 음악과 개그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했다.
◇ 개그우먼일 땐 웃기고, 가수일 땐 ‘걸크러쉬’인 신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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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라는 ‘개그콘서트’와 같은 개그 프로그램과 ‘음악중심’ 같은 음악 방송을 함께 출연한 독보적인 인물이다. 그는 KBS2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이란 코너에서 박성광, 정태호와 함께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조금씩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용감한 녀석들’은 개그 코너를 넘어 하나의 그룹으로 앨범을 내며 가수로 활동을 했다. 그 중에서도 신보라는 솔로로서 가수 활동을 이어갔다. 드라마 ‘유령’ ‘내연애의 모든 것’ 등의 OST를 부르며 커리어를 쌓아간 신보라는 2013년 ‘꽁꽁’이란 싱글앨범을 내며 정식으로 가수가 됐다.
신보라는 배치기의 ‘눈물샤워’를 작곡한 랍티미스트가 작곡하고, 케미스트릿의 멤버 ‘Teth’와 래퍼 바스코가 작사를 맡은 노래 ‘미스매치’를 공개하며 더욱 가수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가수로서의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 신보라의 행보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 가수이자 DJ, 개그맨 박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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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는 데뷔 연도나 최초 앨범 발매 날을 따져보면 ‘1세대 개가수’로 분류할 만 하지만, DJ로서, 가수로서의 꾸준한 활동이 최근까지 이어져 소개하게 됐다. 박명수는 1999년 1집 ‘체인지’를 발매한 이후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을 계속 펼쳐왔다. ‘바다의 왕자’ ‘탈랄라’ ‘바보에게 바보가’ 등의 히트곡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박명수의 꾸준함은 높게 평가할 만 하다. 2002년 3집 ‘바람의 아들’과 2005년 4집 ‘탈랄라’ 사이의 기간을 제외하면 1년 혹은 2년에 한 번 정도는 ‘프로그램과 관련 없는’ 곡을 발매했다. 정엽, 김예림, 리지, 소찬휘 등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과 협업을 하고, 의외의 히트곡들이 많아 ‘음원 부자’로도 유명하다.
MBC ‘무한도전’ 멤버들은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각종 고속도로가요제를 통해 음원 차트에서 초강세를 보이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가수와 개그맨의 행보를 분리해 활동 중인 인물들을 다뤘기 때문에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번 특집에서는 제외했다.
허경환은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