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배우 서이숙.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브라운관을 노려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브라운관 밖에서 만난 그는 찢어진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채 호탕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걸크러쉬’라는 단어는, 그를 위한 단어일지도.
서이숙은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에서 유현기(이필모 분)의 어머니 장경옥으로 출연했다. 아들을 향한 남다른 사랑과 집착으로 며느리 봉해령(김소연 분)을 괴롭힌 시어머니로 활약했던 그는 “가장 추울 때 물벼락 맞으면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땀과 눈물 뻘뻘 흘리면서 끝냈다”고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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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imbc |
“8개월을 ‘가화만사성’을 찍으며 지냈다. 긴 여정이었다. 매일 현기 네는 ‘눈물바람’이지 않았나.(웃음) 스스로는 반성을 했던 드라마다. 제가 뒷심이 약한 건지, 49회인가를 찍으러 가는데 힘이 들더라. 그리고 구박하는 것도 힘들었고.(웃음) 다들 힘들었을 텐데 드라마가 무사히 끝나서 좋았다.”
서이숙은 “연극할 때부터 정답은 대본 안에 있다고 배웠다”며 ‘며느리 괴롭히는 시어머니’ 장경옥을 만나면서부터 대본에서 답을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자연스레 ‘답’이 나왔다고. 그는 장경옥이 봉해령과 서지건(이상우 분)을 교통사고 당하게 만들고 현장을 떠나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 중 하나인데, 현장을 보니 장경옥이 사고를 내려고 낸 게 아니라는 게 느껴지더라. 의사인 서지건의 손을 망가뜨리는 장면이기에 중요했는데, 제가 한 건 그저 바라보고, 깜짝 놀란 후 해령이(김소연)에게 토스한 것 밖에 없다. 그들이 워낙 잘해서.(웃음) 따지고 보면 장경옥에 법적인 책임은 없는 상황이라는 걸 상기시키며 인간적인 죄책감만 조금 표현했다. 그랬는데 작가님께서 잘했다고 문자를 주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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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가화만사성 방송 캡처 |
‘가화만사성’은 51부작 드라마이고, 서이숙은 그 중에서도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 역이다. 선뜻 역할을 수락하기에 까다로운 구석이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들은 서이숙은 ‘뜻밖의(?)’ 대답을 했다. “현기(이필모)와 내가 다섯 살인가 밖에 차이가 안 나요.” 정확하게 두 사람은 딱 ‘7살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가화만사성’을 제안 받았을 때 가장 첫 (할까 말까의)갈림길은 이필모의 엄마 역할이라는 거였다. 저와 이필모가 나이 차가 얼마 안 나는데 엄마라니. 처음엔 웃기만 했다. 하지만 오히려 적은 나이차가 장경옥이라는 인물의 ‘당위성’을 만들었다. 젊은 미혼모가 독하게 한복을 지으며 악바리처럼 살았던 게 아닐까 싶은 거다. 그렇게 장경옥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쌓아갔다.”
그는 인물의 작은 요소들을 통해 마음속으로 내러티브를 만들어갔다. 서이숙만의 ‘당위성’을 찾는 비결이었다. 그는 “우악스럽게 괴롭히는 것만이 악역은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서이숙이 만든 ‘악역 시어머니상’이 여느 ‘표독한 시어머니’와 어딘가 달랐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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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imbc |
“사실 드라마 속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를 볼 때면 이해가 잘 안 갔다. 그래도 작가님한텐 물어보지 않았다. 스스로 정당한 이유를 찾으려 했다. 장경옥의 상황을 돌아보며 며느리를 보며 느끼는 ‘자격지심’에서 행동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타당성을 찾은 후엔 ‘처음 보는 며느리 괴롭히는 시어머니’가 되자고 다짐했다. 그걸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연기했다.”
서이숙은 “4050 시청자 분들이 제게 ‘못된 것 같지만 은근히 마음도 약하고 허당기가 있어’라며 말해주는 걸 들으면서 맘속으로 ‘성공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