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어지러운 세상에도 한 줄기의 빛과 같은 희망은 존재한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누군가에겐 위로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희망을 꿈꿔보자고 이야기하는 영화 ‘한강블루스’가 관객을 찾는다.
‘한강블루스’(감독 이무영)는 한강변에서 노숙하는 네 명의 주인공들을 통해 삶에 대한 성찰을 던지는 작품으로, 한강 물에 뛰어든 초보 사제가 자신을 구해준 노숙자들의 생활에 동참하게 되면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용서하고 화해해 나가는지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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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등 각본가로 활동하던 이무영 감독은 용서와 화해에 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자 ‘한강블루스’를 완성하게 됐다. 영화는 노숙자들을 통해 각각의 사연을 한 개씩 소개하며 현대인들이 품고 사는 고민과 아픔, 그리고 이를 위로 받고 치유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간다.
특히 알코올 중독자, 트렌스젠더, 미혼모 등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소수 인간들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에서 느끼는 날선 시선과 외로움 등을 표현한 것은 물론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공감대를 형성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모든 인간의 삶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각각의 노숙자를 연기한 봉만대, 기태영, 김정석, 김희정의 연기도 제 몫을 다한다. 봉만대는 특유의 허풍스러움과 진중함을 넘나드는 연기로 캐릭터를 완성했으며, 기태영은 성스러운 사제가 거친 세상과 만나 온전한 인간애를 경험하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표현한다. 무엇보다 김정석과 김희정의 연기가 인상 깊다. 김정석은 그동안의 쌓아온 내공을 쏟아 부은 듯 확고한 성 정체성을 갖고 있는 한 아버지의 복잡한 내면을 풍부하게 그려냈다. 김희정 역시 강해보이지만 여린 면도 갖고 있는 미혼모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자매 같은 두 사람의 묘한 케미도 볼거리 중 하나다.
“주변에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강블루스’가 그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는 이 감독의 의도는 흑백 화면을 통해 그 기능이 더욱 강해진다. 흑백 화면이 주는 이중적인 정서와 추운 겨울을 품은 서울의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면을 동시에 담아 주인공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스크린에 펼쳐놓는다. 오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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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