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재미와 공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는 ‘고품격 쓰레기’ 하석진과 ‘노량진 장그래’ 박하선, 그리고 각자의 사연을 안고 있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웃픈 현실을 그리며 안방극장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5일 방송된 ‘혼술남녀’에서는 공무원 학원계의 메이저리그라 불리는 노량진에 입성한 초짜 국어 강사 박하나(박하선 분)와 공시생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공명(공명 분)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대학에 다니던 도중 아버지의 잘못된 빚보증으로 집안 형편이 급격하게 어려워지면서 학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가 직업이 돼 버린 박하나는 ‘미생’의 장그래만큼 힘든 청춘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 학원 강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박하나이지만, 겨우겨우 ‘인서울’에 턱걸이한 그녀의 최종학력을 보고 그를 불러주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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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춘을 바쳤던 학원이 재정상의 이유로 문을 닫으면서 실직자 신세에 처할 뻔 했던 박하나는 평소 친하게 지냈던 황진이(황우슬혜)의 추천과 도움으로 공무원 학원계의 메이저리그 노량진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때마침 황진이가 다니는 학원의 원장 김원해(김원해 분)가 1등급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 분)을 스카우트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돈을 사용했고, 그로 인해 ‘싼 맛에 고용할 수 있는 강사’를 급히 찾았던 것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긍정적인 성격의 박하나는 기합을 넣고 출근을 하지만, 노량진 학원에서의 생활은 모든 것이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다. 자신과 친하면서도 수강생 모집 홍보 포스터 앞에서는 얄짤 없는 영어 강사 황진이나,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수강생을 모집하기 위해 각종 성대모사를 연구하는 행정학 강사 민진웅(민진웅 분) 등의 틈새 속에서 초보 국어 강사 박하나는 눈치만 살필 뿐이다.
학원 강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캐릭터를 자랑하는 인물은 외모, 학벌, 실력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인성만큼은 갖추지 못한 1등급 스타강사 진정석이다. 진정석을 칭하는 호칭 또한 ‘고품격 쓰레기’의 줄임말인 ‘고쓰’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자기밖에 모르는 극강의 이기주의 캐릭터이다. 자신과 같은 날 입사한 박하나를 보면서도 인서울에 턱걸이한 격 떨어지는 강사로 보며 무시하기 일쑤이다.
박하나와 진정석의 차이는 회식자리에서 잘 드러났다. 갓 입사한 만큼 회식을 거부할 수 없었던 박하나는 원장 앞에서 소맥말기, ‘픽미’ 댄스 추기 등 각종 재주를 부린 반면, 진정석은 회식을 감정낭비, 시간낭비, 돈 낭비라고 여기며 이를 거절하고 혼자만의 술자리를 즐기러 간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이어폰을 타고 들려오는 클래식과 고품격 안주, 그리고 혈중알코올 농도 0.08%를 넘지 않는 선에서 즐기는 우아한 혼술을 통해 진정석은 작은 힐링타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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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학원강사 뿐 아니라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공시생들 또한 개성이 넘쳤다. 공시생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노량진에 뛰어든 따끈따끈한 햇병아리 공시생 공명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재대 후 백수라는 신분으로 1년 간 놀고먹던 공명은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공무원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노량진 학원가에서 대학교 동기 기범(키 분)과 동명(김동명 분)을 만나게 된 공명은 이들과 함께 본격 ‘노량진 라이프’를 펼치게 된다.
노량진 생활에 대해 희망을 심어준 사람은 기범이었다. 공시생이라면 무조건 무릎 나온 추리닝을 입고 컵밥을 즐겨 먹는다는 것은 미디어가 만들어 낸 이미지라고 주장하면서 ‘엄카’(엄마카드)로 나름 ‘노량진 공시 낭인’의 생활을 즐기는 기범은 노량진에서의 즐거움을 전해주며 공명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반면 모두가 인정하는 ‘노량진 공시 거지’ 동명의 삶은 구질구질한 ‘궁상’ 그 자체이다.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알바를 전전하며 9급 공무원 합격을 목표로 예쁜 여자친구(하연수 분)까지 멀리하고 공무에 매진하는 동명이지만, 늘 합격은 고시텔 옆방의 이야기다.
고쓰에서부터 ‘핵궁상 고시생’ 동명까지, 뒤처지지 않는 개성을 자랑하는 캐릭터들은 웃음을 주는 동시에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면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비록 극한의 이기주의 캐릭터인 진정석이지만 하루 종일 떠들고 고생한 자신에게 주는 ‘한 잔의 술’이라는 선물을 주는 모습이며, 회식을 거부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높이기 충분했다. “이 나이가 되면 버젓한 직장인이 돼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고민하며 달리는 박하나나,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노량진 강사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고달픈 경쟁의 웃픈 현실이 담겨있었다. 공시생들의 애환 역시 과하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부족하지 않게 담담하게 담기면서 우리시대 씁쓸한 자화상을 그려냈다.
이 같은 캐릭터와 현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tvN 예능프로그램 ‘문제적 남자’를 통해 뇌섹남으로서 눈길을 모았던 하석진은 ‘싸가지 없는 스타강사’ 진정석을 마치 자신의 옷을 입은 양 소화했으며,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박하선은 여전한 코믹연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황우슬혜 민진웅 역시 감초 캐릭터를 톡톡히 했다. 공명 역시 또 다른 축을 이끄는 배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김동명의 경우 합격만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흙수저 공시생’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의외의 연기력을 보여준 주인공은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키였다. 실제 대구 출신으로 알려진 키는 극중 기범이 선보이는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할 뿐 아니라, ‘멋짐’을 포기한 바가지머리로 진지한 코믹연기를
시트콤을 보는 듯한 재미와 적절한 현실방영으로 공감대를 높인 ‘혼술남녀’는 첫 방송부터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