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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역사에 남을 공연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렇게 많은 관객이 모인 적이 있나 싶다. 지난 2006년 '연예인'으로 마지막 음악 방송을 하던 날, 빅뱅이 데뷔 무대를 했다. 빅뱅의 무대를 함께 지켜보던 양현석이 '쟤네가 다 쓸어버릴 것이다'고 했다. 빅뱅은 확실한 색깔과 자존감을 가지고 매일 진화하는 보이밴드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빅뱅 데뷔 10주년 콘서트에 초대 가수로 출연한 싸이는 빅뱅의 데뷔 무대를 떠올렸다. '월드스타' 싸이는 빅뱅이 자신들만의 노래로 10년 동안 활동한 것을 치켜세웠다. 그 어떤 그룹도 할 수 없었던 빅뱅의 발자취는 이날 콘서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폭염 속에서도 6만 5천석을 가득 채운 공연장은 '작은 아시아'를 보는 듯했다. 한국은 물론 데뷔 때부터 공들여왔던 일본, 최근 비중이 높아진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팬들이 빅뱅의 히트곡을 믹스한 사전 EDM 공연부터 함성을 내질렀다.
예정된 공연 시각인 오후 7시가 되자 '베베(BAE BAE)'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맨정신' 뮤직비디오가 상영됐다. 팬들은 빅뱅 멤버들의 얼굴이 잡히는 장면들에 목소리를 높여 분위기를 달궜고, 빅뱅 10주년을 기념하는 문구와 멤버들의 이름이 새겨진 영상이 곧이어 무대 위 스크린을 채웠다.
초대형 3단 피라미드 리프트가 설치된 메인 스테이지에서 등장한 빅뱅은 은빛이 감도는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고 반갑게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빅뱅 10주년, 미친 듯이 달려봅시다"고 흥을 돋운 빅뱅은 '위 라이크 투 파티(We Like 2 Party)'를 불렀다. 지디·태양·승리, 탑·대성으로 나뉜 빅뱅은 양옆에서 공연장 끝까지 움직이는 이동식 무대에 올랐다.
공연 막바지에 객석들을 향해 움직이는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과 달리 빅뱅은 공연 처음부터 뜨겁게 소통했다. 이어진 '핸즈 업(Hands Up)' 무대에서는 갈라진 양 팀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데뷔 10주년을 자축했다.
지디는 "10년째 빅뱅 리더를 맡고 있는 지드래곤이다. 즐기다가 가시길 바란다"고 했고, 대성은 "더운 날씨에 이열치열 즐겨보자"고 더위에도 자신들을 위해 공연장을 찾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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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밍업을 끝낸 빅뱅은 '배드 보이(Bad Boy)' '루저(Loser)'로 본격적인 공연의 막을 열어젖혔다. 무더운 날씨에 뜨겁게 이어진 공연 탓에 빅뱅 멤버들은 이따금 힘에 부치는 듯 보였지만, 이내 다시 기운을 차리고 공연을 이어갔다. 공연 중간에는 탈진하는 팬들을 우려해 객석을 다시 정돈하기도 했다.
이번 콘서트는 DVD 촬영도 동시에 진행됐다. 그만큼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물량 공세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부분 무대를 대형 리프트로 구성했고, 4대의 중계차와 30여 대의 카메라, 경기장 공중을 가로지르는 와이캠으로 빅뱅을 담아냈다.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도 카메라를 향해 눈빛을 쏘는 등 감각적인 연출에 신경 썼다.
메인 스테이지와 공연장 양 측면에는 대형 LED 스크린을 설치해 빅뱅의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도록 도왔다. 모든 자리에 고른 사운드를 제공하기 위해 10곳에 딜레이 스피커를 설치했고, 곡이 끝난 뒤에는 축포가 끝없이 터져나왔다. 음향과 무대 연출은 빅뱅 데뷔 10주년에 걸맞은 규모였다.
대성은 다시 마이크를 잡은 뒤 "한국의 열정을 좋아해 너무 오고 싶었다. 다양한 나라에서 팬들이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디는 "외국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한국에서 인기가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룹뿐만 아닌 솔로 앨범으로 음악 세계를 넓혀왔던 빅뱅은 솔로 무대로도 관객과 만났다. 대성은 양팔에 장식이 수놓아진 의상을 입고 '날개' '날봐 귀순'으로 재기 넘치는 무대를 꾸몄다. 그는 '스트롱 베이비(Strong Baby)'를 열창한 승리와 함께 지디의 '삐딱하게'를 선보였다.
지디는 '하트 브레이커(Heart Breaker)' '크레용(Crayon)'을, 태양은 '눈,코,입' '나만 바라봐'을, 탑은 '아무렇지 않은 척' '둠 다다(Doom Dada)'로 열기를 끌어올렸다. 이 무대들 사이에는 지디·탑 '하이 하이(High High)', 지디·태양 '굿 보이(Good Boy)' 등 멤버들이 프로젝트 음악도 터져 나왔다.
빅뱅은 2006년 8월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YG패밀리 10주년 콘서트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10년 동안 YG가 다듬어온 힙합 장르에 뿌리를 두면서 대중적인 멜로디와 멤버들의 작업 참여 등으로 '다섯 악동' 빅뱅만의 세계를 구현해왔다. YG 10년의 노하우를 흡수한 뒤 YG 10년을 만들어온 것이다.
'하루하루' '이프 유(If You)' '뱅뱅뱅(Bang Bang Bang)'등을 열창한 빅뱅은 "YG를 만나 빅뱅이 시작됐다. 이 자리에 많은 분이 있는데, 모두 그분들 덕분이다"며 "10주년이 행복하고 소중하다. 멤버들과 앞으로 빅뱅의 10년 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향후 10년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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