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개그우먼 송은이가 후배들에 해주고 싶은 말은 ‘일희일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송은이는 올해로 4회를 맞는 ‘2016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이하 ‘부코페’)에서 연출을 맡아 많은 후배 코미디언들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선 송은이에 ‘2016 부코페’,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좋은 코미디와 여성 예능, 코미디언 후배들을 위한 조언들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M+개그人①]에 이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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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여성 예능인들이 뭉친 ‘여성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A.좋은 일이다. 여고를 나온 분들은 알겠지만 여자들끼리 모여 있으면 가관이다.(웃음) 여성예능인들이 모여있을 때에는 약간 파자마파티 같이 편안한 옷을 입고 있는 그런 편안한 모습들이 분명 나올 거다. 그렇기 때문에 호응이 오지 않나 싶다. 물론 남자와 여자를 떠나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역할은 가리지 않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여자끼리 뭉치면 나오는 그 시너지 또한 잘 알고 있다.
Q. 꾸준히 언급해왔던 김숙이 최근 ‘예능대세’가 됐다. 김숙에 이어 잘 될 것 같은 여성 예능인 후배는 누가 있나.
A.20년 동안 김숙을 만들어왔다.(웃음) 최근엔 박나래, 이국주, 안영미 씨도 주목하고 있다. 제가 한 번 씩 이야기했던 친구들은 언젠가 타이밍이 오더라. 요즘 친구들 중에서는 홍윤화 씨가 눈에 띈다. 참 귀엽고 호감 있게 잘 한다. 마음씨도 따뜻하다. 그런 면들은 나중에 진가가 나타난다. 분명 (홍)윤화의 진기가 곧 나타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능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친구들이 많다는 거다. 그런 친구들을 계속 펌프질 해주면 김숙 씨가 잘 된 것처럼 언젠가는 그 ‘타이밍’이 온다. 김숙 씨가 잘 되는 건 정말 제 일처럼 기쁘다. 코미디언 그만둔다 했을 때 말렸던 게 저다. ‘너처럼 웃긴 애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을 한 보람이 있다. 이제 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진가를 보이고,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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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성 코미디언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보나.
A.저는 전략적으로 개그우먼들의 활약을 기획했다. 남자들은 스스로 잘 뭉쳐서 하더라.(웃음) 아무래도 성향적인 문제도 있을 거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이다 토크쇼’나 ‘투맘쇼’를 만들어내게 된 거다.
‘사이다 토크쇼’는 이성미, 김지선, 김효진 언니 셋에게도 정말 뭉쳐서 하면 하나의 근사한 콘텐츠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성미 언니에 꾸준히 말해왔다. ‘투맘쇼’도 우연치 않은 기회에 만난 정경미, 김경아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라며 내게 묻는 것에 ‘아이디어를 짜보라’고 독려를 해서 만들게 됐다. 그들은 주부니까 아기엄마들이 만나 수다를 떨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처럼 ‘수다’를 콘텐츠로 짜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그게 진짜로 콘텐츠가 됐다.
남녀가 섞여서 팀을 만들면 어쩔 수 없이 역할적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여자들끼리 콘텐츠를 만들면 조금 더 큰 카테고리 안에서 자신이 자신있어하는 걸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여성 코미디언들에게도 재주가 참 많다. 그래서 여성들이 모여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걸 더 많이 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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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방송 코미디의 위기라는 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A.우리나라에서는 코미디언들에 대한 잣대가 엄격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엄격하게 대해주지 말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여유롭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요즘 같은 시대에 웃음을 주는 일은 정말 숭고한 일이다. 후배들도 그런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물론 아직까지 TV에 나와야 인지도가 올라가지만, 요즘엔 공연으로 ‘날개’를 달고 유명해지는 일도 어렵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자부심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공연 코미디가 전성기였던 시절이 있었고, 언젠가는 방송 코미디가 전성기였던 시절도 있다. 그 ‘트렌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고 생각한다. 공개코미디가 올라갈 때가 있을 거고, 콩트 코미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때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으면 한다.
또한 조금은 시청자들이 ‘심각한 잣대’로 코미디를 봐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렇다면 방송사에서 좀 더 자신 있게 코미디 프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코미디언 스스로도 생각보다 시스템에 갇혀 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김)병만이가 ‘병만TV’를 하는 것처럼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미디의 탈 장르화’가 있어야 하고, 이를 더 친숙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Q. 후배들에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이 있을까.
A. 시청률이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끼리 재밌게 해도 반응이 시원찮으면 기가 죽는 게 있다. 그게 다가 아닌데 일희일비하는 게 안타깝기도 하다. 사람이 기가 죽어있으면 최대치까지 올라오기가 힘들다. 한풀 꺾인다고나 할까. 그래서 ‘꺾이지 않게끔’ 했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에 꾸준히 말하고 있다.
물론 코미디가 위축되고, 시청률이 옛날보다 못 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게 그들이 최선을 다 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다. 열심히 했는데 그만큼 나오지 않으면 물론 기운이 빠지는 일이지만, 애를 써서 ‘기운 빠지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기운
([M+개그人③]에서 이어서 계속.)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